국회도서관이 쪼그라든다…기록원 분리에 "행정 비효율" 우려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5.10.28 00:00 / 수정: 2025.10.28 00:00
26일 국회기록원법 與 주도 통과…기능 대폭 축소
과거 '입법 지원 상징'이었는데…'형평성' 지적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국회기록원법과 국회도서관 개정안 일방 통과시켰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모습.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국회기록원법과 국회도서관 개정안 일방 통과시켰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한때 '입법 지원의 상징'으로 불리던 국회도서관의 입지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기록 관리 기능의 분리로 국회도서관의 본래 설립 취지가 훼손될 뿐 아니라, 행정 비효율과 예산 낭비 등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6일 국회기록원법과 국회도서관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내 기록물 관리 기능을 완전히 분리시켰다는 점에서 도서관의 역할이 '도서 보관 및 열람 중심'으로 위상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해당 법안의 통과로 기존 국회도서관 산하의 국장급 조직이었던 '국회기록 보존소'가 국회의장 소속의 '국회기록원'으로 승격된다. 국회도서관 직무에서 기록물 관리 업무는 삭제됐다. 과거 국회도서관에서 입법조사처 분리된 데 이어 국회기록원까지 별도로 독립하게 된 것이다.

국회도서관은 1952년 한국전쟁 중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서 직원 1명과 장서 3600권으로 '국회도서실'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올해로 개관 73주년을 맞았다. 지난 1963년 '국회도서관법' 제정으로 입법부의 독립기관으로 자리 잡았지만, 2006년 '국회 입법조사처법'이 의결되면서 이듬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별도 분리되면서 국회도서관의 역할이 점차 축소돼왔다.

국민의힘은 국회기록원법 등 관련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장 직속 조직 확대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 강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회의장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만든 '사조직'"이라면서 "의원들의 글이나 말을 의장의 권위 아래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회기록원법 설립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우 의장. /배정한 기자
국회기록원법 설립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우 의장. /배정한 기자

입법조사처 분리 이전부터 의정 활동을 해온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국회도서관은 디지털화된 정보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찾아주는 종합 기능을 수행하는데, 국회 기록물 관리 기능만 별도로 독립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록 관리 기능 분리로 국회도서관의 핵심 기능이 약화할 경우, 국회도서관이 입법 지원 기관으로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혜은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기록관리학 전공)는 "국회도서관은 대중에게 개방된 공간의 역할도 하지만, 국회의 폭넓은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면서 "이런 기능을 축소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장은 1급 공무원인데 반해, 국회기록원장은 차관급이라는 점에서 기관 간 위상과 직급 체계에서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국회기록원이 국회 기록관리에 집중하고 독립성을 확보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가기록원장이나 국립중앙도서관장 등 유사 기관과 직급 체계가 달라 장기적으로 제도적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특히 기관 간 업무의 영역이 겹치게 돼 일방이 침범하거나 기록 관리가 정치적 영향을 받게 되면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장 직급 역시 상향 조정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회기록원의 역할이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가기록원 등 기존의 기록·보존 기관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다보니, 업무 중복과 예산 낭비 우려가 있다. 법안 통과로 기존 인원에서 45명이 추가되고 연평균 약 7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회도서관은 이에 대해 "별도 의견은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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