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과학원 소속 직원이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은 연구개발비 3620만원 상당을 부정 집행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연구비 집행 과정에서는 허위 견적서와 위조 영수증이 그대로 승인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입수한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원 중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과학원 소속 A 씨는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연구개발사업 신규지원 대상 과제인 '생애전주기 운동실천을 위한 운동프로그램 개발 및 스포츠 과학적 측정 기술 개발'의 연구책임자로서 연구 계획 수립과 예산 편성·집행을 총괄했다.
해당 과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총 1억10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은 사업이었다. 하지만 A 씨는 실제 연구를 수행하지 않았고, 전문성이 없는 지인들을 외부 공동연구자·자문위원·전문가위원·자료처리위원 등으로 허위 등록한 뒤 수당을 지급하고, 일부는 되돌려받았다.
또한 행사비, 소모품 구입비, 인쇄·제본비 등도 허위 견적서를 통해 집행하며, 이 중 일부를 가족 여행비나 생활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A 씨가 이 같은 방식으로 총 3620만1110원의 예산을 부당하게 유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A 씨는 지인인 대학교수와 그로부터 소개받은 총 3인(B 씨·C 씨·D 씨)을 외부 공동연구자 등으로 허위 등록했다. 이들이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위촉 연구원 2명에게 허위 지출 증빙서류를 대신 작성하도록 한 뒤, 이들에게 각각 273만6000원을 지급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인물들과 해당 교수의 추천을 받은 3명에게도 실제 연구수행 없이 수당을 동일하게 지급했으며, 이 같은 방식으로 A 씨는 총 1641만6000원을 부정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지급한 수당을 다시 현금으로 돌려받는 '페이백' 수법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A 씨는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E 씨에게 "실제 연구는 수행하지 말고, 수당이 지급되면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요청했고, 위촉연구원에게는 E 씨 명의의 집필원고를 대신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E 씨를 포함한 4명의 공동연구자들에게 총 1094만4000원을 지급했다.
해당 금액의 일부는 또 다른 공동연구자 D 씨 아내 명의 계좌를 통해 송금받은 뒤, A 씨가 D 씨 자택 인근 햄버거 가게에서 직접 현금으로 전달받은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외에도 E 씨가 스포츠과학원 사옥 옥상에서 A 씨에게 수당의 일부를 현금으로 직접 건넨 사실도 감사에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A 씨는 외부 공동연구자들에게 연구수당 명목으로 총 1094만4000원을 지급하고 이 중 843만6000원을 돌려받아, 개인 용돈과 생활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2023년 11월 워크숍 행사 당시 참석 인원을 부풀려 호텔 숙박비를 과다 집행한 뒤, 남은 예산 89만1000원으로 4성급 호텔 숙박권 3매를 구입해 가족과 함께 사용했다. 이후 가족 사용 내역이 드러나지 않도록 객실 구매 내역을 삭제하고, 위촉연구원에게 지출 증빙자료를 수정 작성해 첨부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소모품 구입비 집행 과정에서도 허위 견적서를 통한 횡령이 적발됐다. A 씨는 2023년 12월, 평소 거래하던 사무용품 업체에 "48만9200원을 결제하되, 실제 물품은 구매하지 말고 보관해 두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같은 방식으로 3차례에 걸쳐 총 139만2380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24년 8월, A 씨는 해당 예산으로 연구와 무관한 사적 물품인 이동형 수동식 테이블을 구입했다. 인쇄비 예산도 부풀려 집행했다. 인쇄업체에 총 717만2000원을 지급했지만, 실제 인쇄에 들어간 비용은 435만3470원에 불과했다.
또한 실제로 회의가 열리지 않았음에도 6명에게 총 191만5200원을 지급해 서류상 회의가 진행된 것처럼 꾸미기도 했으며. 실적이 전혀 없는 자료처리요원 2명에게 지급된 수당 180만원이 제3자에게 흘러 들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김재원 의원은 이번 사례가 체육계 연구개발 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연구비 집행 체계와 연구용역 선정 절차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체육계 R&D가 소수 인맥 카르텔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며 "연구비는 국민 세금인데,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허위로 연구비를 지급하고 되돌려받는 등 조직적 횡령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즉시 전수조사와 구조개혁에 착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