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지난 7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보좌진에 대한 인사 불투명성과 고용 불안정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은 국가 예산의 급여를 받는 국가공무원 신분이지만, 임면권은 여전히 의원 개인에게 주어져 공적 업무와 사적 지시의 경계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정감사(국감)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불안과 긴장감이 감돈다. 매년 국감이 종료되면 의원실 관계자들이 대규모 교체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전직 보좌관 출신인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지난 24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던 고급 인력들이 상비군 형태로 대기 중인 상태"라면서 "국감 직후 언론 보도 등의 성과를 기준으로 보좌진 대규모 교체되는 관행으로 인해 고용 불안이 큰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0여 년 전 술에 취한 한 의원이 운전기사를 향해 오줌을 갈기거나, 의원의 트림 냄새가 난다고 창문을 내린 수행비서를 해고한 의원의 일화가 국회 안팎에선 '전설'처럼 회자된다"고 전했다.
국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A 보좌관은 "1980년대 보좌관 제도 도입 이후 인원 자체는 늘었지만, 안정성은 40여 년째 제자리"라며 "의원 교체 때마다 대규모 인력 변동이 생기고, 4급 보좌관 평균 재직 기간이 8년 남짓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 보좌진 평균 근속연수는 지난해 기준 △4급 보좌관(8년) △5급 선임비서관(5년) △6급 비서관(5년 9개월) △7급 보좌관(5년 5개월) △8급 선임비서관(3년 4개월) △9급 비서관(1년 6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 의원의 '사적 심부름' 논란을 비롯해 국회의원들의 반복되는 갑질 문제가 의원 개인에게 모든 인사권이 집중된 구조 때문이라고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의원이 보좌진의 '생살여탈권'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의원이 직접 채용하고 해고하면서 내부 감시 시스템이 부재해 내부에서 부당한 지시가 발생하더라도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일본의 경우 국회에 '정책 담당 비서 자격시험 위원회'를 두고 매년 의원의 보좌 직원을 뽑는 자격시험을 실시해 이를 통과해야만 채용할 수 있게 했다. 전문성과 투명성, 윤리성을 강화하려는 방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 사무처가 공개 경쟁시험으로 인재 풀(Pool)을 만들고 그 안에서 선발하는 이원화 채용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지만, 의원들의 인사 자율성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현직 8년 차 B 보좌관은 "사적 채용은 채용 공정성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지인도 국회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수백 군데 지원서를 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회사무처가 1차로 역량을 검증하고 의원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구조가 합리적"이라면서 "의원이 보좌진의 임면권을 쥐락펴락할 수 있어 고용 안정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공적 명칭을 세분화해 인식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경우 입법 담당관이나 사례 연구관, 일정 담당관 등 단순 '비서'나 '보좌'의 역할이 아닌 공적 직무 중심의 명칭을 사용한다.
그러나 야당 소속 C 보좌관은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의원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갑질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며 "각 당이 '갑질 근절 서약서'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