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국회 전체 의석의 91%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쟁이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구금 사건과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등을 두고 물러섬 없는 비난전을 지속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사면 된다" "15억은 서민 아파트" 등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황당한 발언이 불길을 키웠다. 오는 31일부터 이틀 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라는 굵직한 외교 행사를 앞둔 가운데 여야의 극한 대치 정국이 다소 풀릴지 의문이다.

◆"혐중" vs "내로남불"…여야, 부동산 두고 프레임 전쟁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두고 격돌하고 있어. 집 값은 국민 일상과 직결된 핵심 현안이라 여야가 더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 같네.
-맞아. 22일 열린 국민의힘 '부동산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1차 회의 때 백드롭으로도 불리는 '걸개'가 눈길을 끌었어. 파란색 바탕에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 아파트 대박 김병기, 주식 대박 민중기'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어.
-장동혁 대표의 발언도 비슷한 기조였지?
-응. 장 대표는 민주당과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언급하면서 "국민은 내로남불에 분노하고 있다"고 공격했어. 수도권 민심을 겨냥해 민주당의 '내로남불'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여.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혐중 프레임'을 내세웠어. 23일에는 이병진 민주당 의원이 규탄 기자회견도 열었다며?
-맞아. 장 대표가 "중국인은 아무 규제 없이 우리나라 부동산을 사고 있다. 외국인 주택 소유자 절반 이상이 중국 국적"이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지. 이 의원은 장 대표의 발언을 두고 "서해 구조물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중국인 부동산, 건강보험 먹튀 가짜 뉴스와 혐중 발언을 쏟아냈다"며 발언이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어.
-국정감사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민심이 요동치니 여야가 모두 프레임으로 맞서는 모양새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위선 이미지를,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극단적 정서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춘듯한 인상을 주거든.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 본격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정치쇼 아닌 절박함"…눈물 보인 '4성 장군'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눈시울을 붉혔다고?
-응. 캄보디아 구출 작전을 위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 단장 자격으로 출국한 김 최고위원은 현지에서 구금된 청년 3명을 구출하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어. 그런데 구출된 청년들이 이른바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범죄 용의자에 가깝다는 현지 교민의 주장이 알려지면서 '정치쇼' 논란이 불거졌어.
-김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백브리핑을 자처해 20여분 가까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어. 그는 "평생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쳐야 한다는 각오로 살아왔고, 젊은이들과 함께 나라를 지켜왔기에 그 친구들을 보면 아들딸 같다"며 "피해자든 가해자든 분명한 건 우리가 지켜야 할 국민이라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어.

-김 최고위원에 따르면, 이번 구출 작전의 출발점은 그의 지역구(남양주을)에 사는 한 청년의 어머니가 올린 절박한 민원이었어. 또 출발 당시 청년이 프놈펜에 있다는 제한적 정보 외엔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고 해. 그런데 한 교민은 SNS에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몇 년간 수십 명을 구출한 여러 교민도 그냥 가만히 있는데, 이틀간 그림과 구도를 짜고 와서 직접 구출했다며 스스로를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어. 교민 간담회에 김 최고위원만 참석하지 않은 점도 비판했어.
-이에 김 최고위원은 "비서진 한 명 없이 움직이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고, 별도 일정으로 간다고 했던 건 제 불찰이지만 보안 유지가 중요해 교민들에게 행선지를 알릴 수 없었다"며 "홍보로 비칠까 우려돼 개인 유튜브 채널에도 일체의 영상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어. 말을 이어가던 그는 중간중간 울컥한 기색을 보이다가 끝내 눈물을 훔치며 얼굴을 감쌌어. 정치적 계산을 떠나 위기 속 국민을 지키려는 마음을 의심받는 것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터진 게 아닌가 싶어.

◆이준석 "초롱이 구출쇼" 직격에…'논란 풀코스' 소환한 김병주
-김 최고위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를 두고 정면충돌했다고?
-아주 살벌하게 붙었어. 먼저 이 대표가 포문을 열었어.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일부 정치인들이 자기 홍보를 위해 범죄 혐의자들을 구출한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한심했다"며 "레커차 유튜버처럼 흥분만 있고 책임은 없다"고 비꼬았어. 이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으로 송환된 이들을 영화 '범죄도시3'의 중고차 판매상 '초롱이'에 빗대며 "정치인들은 더 이상 소위 '초롱이'라 불리는 범죄혐의자들을 대상으로 구출쇼를 벌일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어.
-맥락상 김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지. 김 의원은 최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고, 직접 캄보디아에 다녀온 인물이잖아.

-김 최고위원은 곧장 반격에 나섰어. SNS에 약 600자 분량의 글을 올렸더라. 이 대표가 정치하면서 휘말렸던 의혹들을 줄줄이 소환했는데, 대선 토론회 '젓가락 발언'부터 '성접대 의혹'까지 다시 들췄어. 그러면서 "생물학적 연세만 청년일 뿐 추하게 늙어버린 음흉한 심보로는 감히 대한민국 청년을 입에 올릴 자격 없다"고 몰아붙였지. 이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찍었던 사진도 함께 올렸고.
-이 대표도 다시 한번 공격에 나섰어. 김 의원 글을 인용하면서 "김병주 의원님 멘붕 오셨냐"며 "4성 장군이 이렇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분이었다는 게 아찔하다"고 짧게 받아쳤지.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태가 정쟁의 불쏘시개가 돼버렸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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