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제21대 대선 승리로 행정·입법 '양대 권력'을 틀어쥔 더불어민주당의 다음 목표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지선) 압승이다. 여당은 대선 핵심 전략이었던 '내란 심판론'을 재차 부각해 지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강경파들의 득세로 중도층 표심을 잃을 경우, 서울·부산 등 지선 주요 격전지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지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관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 지선은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데, 지난 대선 이후 1년 만에 열리는 전국선거로 여야 모두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지방선거기획단을 꾸려 공천 규정 정비 및 공약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은 직전 대선에서 효과를 톡톡히 본 '내란 심판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란정당'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해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표심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의도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기획단 3차 회의에서 "내년 지선은 매우 중요한 선거다. 내란 사태를 일으킨 헌법파괴 세력과 빛의 혁명을 이뤄낸 헌법수호 세력 다시 맞붙는 선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의 '내란 심판론'이 내년 지선에까지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 논란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 대한 '비선 논란' 등을 매개 삼아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반면, 민주당발(發) 내란 프레임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은 꾸준히 높아가면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문제는 내란 청산만 외친다는 데 있다. '내란 청산'이 자신들의 모든 행위를 합리화시키는 '마법의 지팡이'처럼 되어버린 것"이라며 "그래서 국민들이 '내란 피로증'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내란 청산'만 외치는 게 효율적인 선거 전략인지는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연일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법부와 언론, 야당에 대한 고강도 공세에만 몰두하는 것도 지선 승리의 캐스팅보트인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MBC 등 언론에 대한 편파보도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상회 하면서도 여당 지지율은 30%대 후반에서 40% 초중반에 그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수준의 여당 지지율로는 내년 지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과 부산 등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유권자 고령화와 부동산 이슈 등이 얽혀 보수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에서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여당 의원은 <더팩트>에 "강성 당원의 지지만 바라는 정치로는 (중도층 소구는)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박상철 미국헌법학회 이사장도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중도층이다. 그런데 중도층은 의외로 집권당에 냉정하다"라며 "'내란 청산'만 믿고 가서는 내년 지선에서 여당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선 승리를 위해선 여당은 개헌을 비롯한 여러 가지 미래 지향적 의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