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직원 동의 없이 연 40억 공제…근로기준법 위반 소지
  • 서다빈 기자
  • 입력: 2025.10.23 11:36 / 수정: 2025.10.23 11:36
기본급서 매달 공제…행우회, 탈퇴 절차 無
천하람 "직원 급여 자동 공제? 매우 심각한 문제"
한국은행이 직원들의 동의 없이 급여에서 연간 약 40억 원 규모의 회비를 강제 공제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새롬 기자
한국은행이 직원들의 동의 없이 급여에서 연간 약 40억 원 규모의 회비를 강제 공제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한국은행이 직원들의 동의 없이 급여에서 연간 약 40억 원 규모의 회비를 강제 공제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행 임직원은 입행과 동시에 사내 친목단체인 '행우회'에 자동 가입된다. 이후 기본급의 2.8%에 해당하는 회비가 매달 급여에서 자동 공제되며, 연간 공제 총액은 약 40억원에 달한다.

행우회는 1950년 한국은행 설립과 함께 직원 간 친목 도모 및 경조사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다. 한국은행에 재직하는 동안 별도의 탈퇴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회비가 직원 개개인의 동의 없이 급여에서 자동 공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행우회의 회비 수납이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 전액지급 원칙'에 따라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근거가 없는 임금 공제는 반드시 근로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원칙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측은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상 행우회 회비 공제조항이 (명시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회비가 직원 개개인의 동의 없이 급여에서 자동 공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행우회의 회비 수납이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천하람 의원실 제공
문제는 회비가 직원 개개인의 동의 없이 급여에서 자동 공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행우회의 회비 수납이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천하람 의원실 제공

그렇다 하더라도 단체협약의 실효성과 적용 범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단체협약 조항이 1953년 이후 지금까지 중단 없이 유지돼 왔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며, 협약 내용 또한 노조 조합원에게만 행우회 회비 공제를 규정하고 있어, 노조원 자격을 상실하는 팀장급 이상 관리자에게 회비를 공제하는 것은 단체협약의 적용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행우회의 운영 구조를 볼 때, 이를 단순한 사적 친목 단체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행우회 회장은 한국은행 총재, 부회장은 부총재가 맡고 있으며, 회계와 집행은 한국은행 본부의 인사·급여 부서가 담당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한국은행 내부 조직이 행우회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천하람 의원은 "조폐공사에 이어 한국은행까지 법적 근거 없이 직원 급여를 자동 공제해 온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행우회는 사실상 한국은행 전체를 구성원으로 두고 있음에도 이를 한국은행이 '친목 단체라 몰랐다'며 정당화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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