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이 이른바 '조희대 때리기'에 몰두하며 국정감사 초반부터 강공 모드를 이어가자, 당내에서 자성론이 분출된 데 이어 정청래 대표가 직접 '소란 자제'를 주문하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과도한 공세가 자칫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사법개혁 추진 동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당이 전선 재정비에 나설지 주목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 현장 국감을 앞둔 법사위 소속 의원들에게 "소란스럽게 행동하거나 몸싸움, 거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이어 정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은 의원들의 말이 아니라 조 대법원장의 답변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며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법사위는 지난 13일 대법원 국감에서 '관례'를 깨고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한 데 이어, 질의응답을 거부하는 조 대법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규정해 질의를 강행했다. 이날 이어진 대법원 현장 국감에서는 대법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서류 제출 요구 안건이 기습 상정되면서 국감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같은 법사위의 강경 일변도에 당내에서는 의혹 규명보다 '망신주기' 프레임에 더 치우치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며 자성론이 분출됐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법사위가) 국민이 궁금해하는 본질적 질문을 차분히 던져 답변을 끌어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의 의중과 취지를 반영한 발언"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앞서 친명계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도 "지금 법사위는 너무 소모적이고 국민들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6일 "싸우듯 하는 개혁에 피로도를 느끼는 여론이 있다"며 당정 간 '개혁 온도차'를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당내 기류 속 정 대표가 소란 자제를 주문하며 교통정리에 나선 것은,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과도한 공세가 사법개혁 추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에 당이 공세 기조를 재정비하고 출구 전략을 모색할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가 법사위의 소란으로 국민들이 조 대법원장 의혹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점을 우려해, 보다 전략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검증하라고 주문한 것"이라며 "당의 기본 기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지금과 같은 법사위 운영 방식은 오히려 조 대법원장이 과도한 공격을 받는다는 인상만 줄 수 있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고 여론 이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캄보디아 사태와 부동산 대책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전선 재정비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