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그러나 모두가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자, 1인 가구, 독거노인, 반려동물에게 추석은 외로움과 소외가 더해지는 시간이 되곤 한다. <더팩트>는 명절의 온기가 닿지 않는 '추석 사각지대'의 목소리를 3편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명절, 어떤 이들은 더 깊은 고독 속으로 잠긴다. 정부는 예산을 확대하고, 국회는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고독사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39개 시군구에서 고독사 예방 시범 사업을 시작했고, 지난 7월부터는 전국 229개 시군구로 확대 시행했다. 올해는 고독사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며, 내년부터는 전산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령·성별 통계 분석과 사례 관리 이력 추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예산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고독사 감소로 이어지기에는 제도적 기반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 예방을 위한 응급안전 안심 서비스 예산은 2020년 124억 원에서 2023년 27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고독사로 분류된 사망자 수는 3279 명에서 3661 명으로 오히려 11% 이상 늘었다.
백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고독사 발생 건수는 △2019년 2949건 △2020년 3096건 △2021년 3358건 △2022년 3583건 △2023년 3661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50~60대 중장년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부도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청년 고독사 문제에 주목해, 청년시설 및 청년단체를 고독사 예방 상담·교육 기관에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독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사회적 고립'을 예방·관리의 대상으로 포함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가 고독사 및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3년 주기로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 고립은 가족이나 지인 등과의 관계가 단절돼 사회적 연결망이 끊기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행법은 고독사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고립 예방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고독사 관련 법안 발의에 참여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고독사하면 흔히 1인 가구가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관계에서 완전히 단절된 사람이 많다"며 "이런 분들을 어떻게 조기에 발굴할지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고독사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닌,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얽힌 복합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가족 중심 문화가 부각되는 명절에는 외로움과 단절감이 심화되며 고독사의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명절은 원래 가족을 만나는 미풍양속의 시기인데, 그 시간이 오히려 외로움을 증폭시키기도 한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기본계획 수립과 조사를 시행하고 있고, 일부 지자체는 조례를 제정해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 체계가 미흡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고독사 예방은 결국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지역 차원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재희 진보당 구로구지역위원장은 "복지관 반찬 봉사는 혼자 계신 어르신들께 큰 의지가 되는데, 명절이 길면 복지관도 문을 닫는다"며 "경로당도 닫고, 복지사분들도 휴무에 들어가는데, 이런 상황에서 식사를 의존하던 분들은 열흘 가까운 기간 동안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해외 사례를 들며 고독사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담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은 2021년 고독·고립 문제를 전담할 장관직을 신설했으며, 2024년 4월에는 '고립·은둔 대책 추진법'을 시행해 지원 요청 창구를 단일화했다. 영국 역시 2018년 '고독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설립해 독립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마련했다.
고독사 현장을 수습하는 특수청소업체 직원 A 씨는 "작년 명절 전후로 (고독사 현장을) 많이 다녀왔다. 가족이 있어도 교류가 없는 경우에는 사망 후 일주일 이상 지나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번 명절은 유독 길기 때문에 취약 계층의 고독사 피해가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고독사 방지를 위한 장관직도 따로 두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게 없다. 고령화가 가속되는 만큼, 우리도 체계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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