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켜진 그곳<상>] 팬데믹 종식과 사라진 '필수노동자' 논의
  • 김수민 기자
  • 입력: 2025.10.05 00:00 / 수정: 2025.10.05 00:00
대부분 높은 업무 강도·열악 근무 환경
21년 필수노동자법 제정됐지만
법에 '재난 발생' 규정돼 논의 진전 無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비대면 활동이 강조되는 상황에서조차 사회의 기본적인 기능 유지를 위해 대면 업무를 해야 하는 필수노동자가 주목 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더팩트 DB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비대면 활동이 강조되는 상황에서조차 사회의 기본적인 기능 유지를 위해 대면 업무를 해야 하는 필수노동자가 주목 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더팩트 DB

모두가 쉬는 날, 누군가는 쉬지 못한다. 명절 연휴조차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채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가족과 함께 따뜻한 휴식을 보내는 그 시간, 일터와 현장에서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기능이 멈추지 않도록 지탱하는 이들이 있다. <더팩트>는 이들의 목소리를 3편에 걸쳐 담았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수민 기자] "환경미화원이 월급 650만 원 받아서 화제가 됐다고요? 주 6일 기본 근무에 연장·야간 근무 다 합쳐서 몇 시간 일하는지 아시나요?"

30년 넘게 환경미화원으로 근무 중인 A 씨는 최장 10일간의 황금연휴인 올해 추석에도 근무를 이어간다. A 씨는 지난달 24일 <더팩트>에 "사회 기능 유지를 위해 필요한 업무다 보니 남들 쉴 때 현장에 무조건 투입된다. 다만 편한 일이 아니다 보니 노동 환경과 조건이 너무 열약하고,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다"라며 환경미화원의 높은 업무강도와 열악한 근무 환경을 토로했다.

그는 최근 화제가 됐던 한 환경미화원의 세전 652만 원 월급 명세서를 두고 "주 6일 근무에 연장·야근 근무를 다 끌어와서 그 정도 받는 것이다. 야간 작업에 나서면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근무한다"라며 "지저분하고 힘든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는 생각 안 하고 사회는 '환경미화원이 이렇게 많이 받아?' 단편적으로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시기 이후 필수노동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대책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선 "필수노동자는 재난 상황에도 그렇지만 국민의 생명·안전 유지 등을 위한 핵심적인 분야에서 대면 업무를 평상시에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나쁘게 말하면 필요할 때는 필수 노동자니 뭐니 이슈를 만들어 놓고 코로나가 사라진 지금은 다시 또 단절돼 버렸다. 모든 정책이 나와도 그때뿐이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필수노동자에 대한 논의는 또다시 멈춤 상태다. 사진은 대명절 추석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택배 물품이 쌓여있는 모습. 기사와 무관. /남윤호 기자
현재 필수노동자에 대한 논의는 또다시 멈춤 상태다. 사진은 대명절 추석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택배 물품이 쌓여있는 모습. 기사와 무관. /남윤호 기자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비대면 활동이 강조되는 상황에서조차 사회의 기본적인 기능과 국민의 생명·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 대면 업무를 해야만 하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필수노동자들이 주목받게 됐다. 동시에 단순히 공익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를 넘어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의료진, 간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와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등 돌봄 종사자, 택배기사, 버스기사 등 운송 및 배달 종사자, 환경미화원 등이 포함된다.

필수업무 종사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필수노동자 보호법)은 2021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모호했던 필수업무와 필수업무 종사자의 개념과 역할을 보다 분명히 규정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필수노동자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멈춤' 상태다. 2022년 2월 고용노동부 산하에 신설된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지원위원회는 실태조사를 위한 실무위원회를 올해 6월 한 차례 열었지만 최종 의결하는 지원위 차원의 회의는 이재명 정부 들어 아직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당시 발의된 필수노동자 보호법을 보면 지원법을 보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경우'로 시기가 못 박혀있는 점을 그 이유로 꼽는다.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시 발의된 지원법을 보면 '재난 시기'로 국한돼 있다. 지금은 재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상 필수 노동자들과 아무 연관성이 없어진 것"이라며 "하지만 사회적 기능 유지를 담당하는 노동은 심야라든지 365일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도 법·제도를 통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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