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중 정서' 부채질하는 국힘…한중 외교 난맥 우려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10.04 00:00 / 수정: 2025.10.04 00:00
국힘에서 혐중 정서 자극 발언 잇따라
'국민 역차별 방지 3법' 당론화 예고도
"정치적 실익 없고 한중관계도 악영향"
보수야당 안에서 대전 행정안전부 국가정보관리원(NIRS) 전산실 화재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연관 짓는 음모론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장윤석 기자
보수야당 안에서 대전 행정안전부 국가정보관리원(NIRS) 전산실 화재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연관 짓는 음모론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보수야권이 극우·강경 보수 세력이 표출하는 중국 혐오(혐중) 정서를 정략적 도구로 삼는 모습이다.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혐중 정서 확산을 부채질하는 행태는 양국 간 감정을 악화시켜 외교 난맥을 불러올 수 있다는 나온다.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무비자로 입국하는 정책이 시행되는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일각에서 부정적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최근 중국인의 범죄와 전염병 확산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 대책 없이 국민 안전과 치안을 위협할 수 있는 무비자 결정을 내리고, 동조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자국민 경시이자, 자국민 혐오"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국내에 들어온 중국인들이 불법 체류하거나 신원 미확인자로 남을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국민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게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확실한 신원확인과 사후관리의 실효적 대책이 완비되기 전까지는 대규모 무비자 입국 정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인이 국민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김은혜 의원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우리나라 땅을 밟는 중국 등 외국인들은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어 의료 쇼핑, 선거 쇼핑, 부동산 쇼핑까지 3대 쇼핑을 하고 있다"라며 "바로 잡아야 할 국민 역차별"이라고 했다.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중국 등 외국인의 3대 쇼핑을 차단하는화 '국민 역차별 방지 3법'을 당론하겠다"라고 예고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무사증(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단체 관광객 명단을 사전에 점검해 입국규제자, 과거 불법체류 전력자 등 고위험군 해당 여부를 확인해 무사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태극기와 오성홍기. /박헌우 기자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무사증(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단체 관광객 명단을 사전에 점검해 입국규제자, 과거 불법체류 전력자 등 고위험군 해당 여부를 확인해 무사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태극기와 오성홍기. /박헌우 기자

개별 의원의 주장을 넘어 당 차원에서 정부를 향한 공세도 있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중국만 보면 작아지는 이재명 정부의 굴종적 태도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의 불안과 분노부터 직시해야 한다"라면서 "이재명 정부는 중국 눈치만 보는 저자세 외교를 당장 멈추고,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최우선에 두 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탄핵심판 정국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강조했던 부정선거 음모론은 여전하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기간과 내년 지방선거 기간이 중첩돼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는 취지의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10만 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기 위해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기간을 선거 이전으로 단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심지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형 화재에 중국이 개입됐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극우 추정 세력이 이재명 대통령의 '셰셰' 발언을 두고 조롱과 비난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극우 아스팔트 세력이 반중·혐중 정서를 키웠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인들의 범죄와 불법체류, 중국의 동북공정, 불법 조업, 사이버공격, 문화 찬탈, 콘텐츠 표절 등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안보에도 위협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과 관련해 특정 국가와 국민을 겨냥한 허무맹랑한 괴담·혐오 발언들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과 관련해 "특정 국가와 국민을 겨냥한 허무맹랑한 괴담·혐오 발언들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보수당이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국민의 혐중 정서를 고조시키는 것은 중국을 자극해 국익을 해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던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중국인은 '악하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아주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현재 동맹국 미국의 배신으로 우리가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 상황에서 만약 중국마저 등을 돌린다면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특정 국가와 국민을 겨냥한 허무맹랑한 괴담·혐오 발언들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라며 "국익과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백해무익한 자해행위를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중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경제 효과를 거론하면서 "고마워하고 권장하고 환영해도 부족할 판에 거기다 대고 혐오 발언하고 증오하고 욕설하고 행패 부리고 이래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관광객 안전을 위협하는 선동 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익이 걸린 외교에 문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의 지적도 나온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야당이 정부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비판할 수 있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로 중국이나 중국인을 공격하는 건 정치적 실익이 없고 한중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권이) 가장 핵심인 한미관계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체제가 다른 중국과 관계도 불가근불가원 원칙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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