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라떼'와 다른 '통일관'…필요성 못느끼는 청년들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10.04 00:00 / 수정: 2025.10.04 00:00
'중국 혐오' 정서 자극 발언 잇따라
국힘, 필리버스터 신기록 경신 또 경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통일회의론은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분열·반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윤석 기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통일회의론은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분열·반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윤석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통일, 필요 없어요"...20대 절반은 왜?

-20대 절반 이상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라고?

-응. 지난달 30일 발표된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의 '2025 통일의식조사' 결과야. 전체적으로 볼 때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0%를 넘었어. 지난해보다 4%P(포인트)가량 오른 수치라고 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0% 정도에 그쳤지.

-눈에 띄는 대목은 20대(19~29세)야. 이들 중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0%대에 불과했어. 특히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50%를 넘었는데, 2007년 해당 조사 이후 처음 있는 결과라고 해. 지난해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20대의 응답은 47.4%였어. 당시에도 역대 최고 수치였는데, 올해에는 더 많은 20대가 통일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셈이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20대의 응답이 처음으로 과반을 기록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2007년 관련 조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임영무 기자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20대의 응답이 처음으로 과반을 기록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2007년 관련 조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임영무 기자

-통일회의론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것 같네.

-아무래도 그렇지. 이번 조사에서 20대와 30대까지 포함하면 '분단된 현재 상태가 좋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어. '통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응답 역시 절반을 넘었지. '북한 정권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포와 남북 관계 단절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돼.

-또 다른 배경으로는 이념과 지역 갈등, 빈부격차 등 통일에 따른 사회적 후폭풍이 꼽혀. 당장 오늘날 우리 사회만 보더라도 공존보단 분열을 관통하고 있으니 통일에 대한 회의가 짙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 '통일 인식 확산' 업무도 담당하는 통일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 같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혐중(중국 혐오) 정서에 편승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8월 22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참석해 비전 발표를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혐중(중국 혐오) 정서에 편승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8월 22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참석해 비전 발표를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국민 안전 생각이 혐중이라면 내가 혐중"…정치권 '음모론' 주의보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과 관련해 '혐중'(중국 혐오)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이 국민의힘에서 나왔다고?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6월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작됐는데, 국민의힘 공식적인 자리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주장이 나왔어. 김민수 최고위원은 제도 시행 첫날 인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가 하면 이들의 입국으로 국내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어. 발언 내내 사례나 통계 등 구체적인 근거 제시는 없었어.

-갑자기 왜 이런 발언을 한 거야?

-최근 사회 일각에 퍼져있는 '반중' 또는 '혐중' 정서에 편승하려는 듯한 시도로 보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중국인 범죄 괴담'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거든. 괴담을 요약하면, 무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들이 장기매매를 할 것이라는 경고의 내용이야. '무비자 입국한 중국인들의 신원을 알 수 없다' '되도록 혼자 다니지 않기' 등도 적혀 있는데, 김 최고위원의 주장과 결이 비슷해.

김민수 최고위원은 중국인 관광객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는가 하면 이들의 입국으로 국내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진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으로 비자 면제 정책이 시행되는 첫날인 지난 29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모바일 간편결제 현수막이 게시돼 있는 모습. /뉴시스
김민수 최고위원은 중국인 관광객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는가 하면 이들의 입국으로 국내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진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으로 비자 면제 정책이 시행되는 첫날인 지난 29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모바일 간편결제 현수막이 게시돼 있는 모습. /뉴시스

-정치권 반응은 어때?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경제와 국익을 정면으로 해친다며 강한 반발이 나왔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사실과 다른 억지 주장일 뿐 아니라 특정 국가 국민을 겨냥하는 건 위험한 외국인 혐오"라고 비판했어.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야.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국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혐중이라면 내가 혐중하겠다"고 밝혔어.

-평소 아스팔트 우파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 김 최고위원이라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했다는 걸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야. 국민의힘은 최근 김 최고위원을 '국민 여론 소통 창구의 적임자'로 꼽으며 국민소통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는데, 이에 걸맞게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 의원 중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은 김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필리버스터를 하는 모습. /뉴시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 의원 중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은 김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필리버스터를 하는 모습. /뉴시스

◆밤샘 필리버스터로 또 신기록 경신…국힘, 전투력 활활

-이번 주에 필리버스터로 또 신기록을 경신했다고?

-응.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상정된 쟁점 법안 4건을 하나하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했어.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개정안을 두고 반대 토론에 나선 김은혜 의원이 13시간 49분을 기록하며 여성 의원 중 최장 시간을 기록하며 신기록을 세웠지. 장시간 연설한 탓에 목소리가 갈라져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더라.

-해프닝도 있었다고?

-맞아. 김 의원은 연설 도중 "국무위원이 아무도 없다"며 정부 측이 본회의장으로 복귀할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어. 그러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무위원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이 법안이 어느 국무위원에 속해있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 그러자 김 의원은 미소를 지으면서 "소관이 정해지지 않는 법안, 얼마나 급하게, 얼마나 급하게, 얼마나 대충 만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어.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토론을 하는 모습. 그는 지난해 자신이 세운 15시간 50분 기록을 경신했다. /배정한 기자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토론을 하는 모습. 그는 지난해 자신이 세운 15시간 50분 기록을 경신했다. /배정한 기자

-지난주에도 기록이 경신됐잖아?

-그렇지. 지난달 26일 박수민 국민의힘이 의원이 자기가 세웠던 최장 기록을 다시 경신했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서 17시간 12분을 기록했어. 지난해 8월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반대 토론 때의 15시간 50분 기록을 뛰어넘은 거지.

-여당의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해선 제1야당엔 필리버스터가 유일한 수단인데, 이번엔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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