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뜻밖의 호재에 웃음 짓고 있다.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종교단체 경선 동원 의혹과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 인사 논란이 쏟아지면서 정국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1일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이 내년 6·3 지방선거 경선에서 특정 종교단체를 활용해 김민석 국무총리를 밀어주려고 했다는 의혹에 모든 메시지를 집중했다. 장동혁 당대표는 이날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특정 종교를 이용해 선거와 정치를 하려고 하는 진짜 나쁜 정당은 민주당 아닌가"라며 "그에 국무총리가 연루됐다는 게 충격적이다. 이 문제를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사이의 '정교유착' 의혹 관련 특검의 전방위적 수사로 몸살을 앓는 국민의힘이 이번 의혹을 고리로 반격에 나설 모양새다. 특검을 두고 '야당을 말살하기 위한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하는 국민의힘에 아랑곳하지 않던 민주당이 유사한 의혹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혹과 관련해 김경 서울시의원에 대해 청탁금지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피고발인에 김 총리를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사건의 본질은 '김 총리의 연루 여부'를 밝히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회의에서 "이 사안의 본질은 김 총리의 내년 지선을 위한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었냐는 생각도 든다"며 김 총리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외투쟁과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지지율 부진에 대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당이 여론 열세를 탈피할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감이 당내 감지된다. 한 초선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분위기를 반전할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 압박부터 시작해서 지금 제기된 모든 의혹들만 해도 추석 밥상 민심을 얻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밖에도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출석 문제나 민주당 주도 형법상 배임죄 폐지 등을 고리로 추석 연휴 내내 투쟁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다가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부각할 전망이다. 논란이 지금보다 커질 경우 이재명 정부에 타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방어하는 민주당에까지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도 국민의힘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슈 중 하나다. 국가전산망 마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화재 원인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대전 국정자원 화재 현장을 찾아 "기본적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고, 매뉴얼을 지켰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며 "부주의가 결국 화재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국감까지 계속 끌고 가야 한다"라며 "일사천리로 진행된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세협상 등 현재 드러난 것 말고도 이슈는 계속해서 나올 거라고 본다"고 봤다.
다만 상대방의 실책으로 인한 반사이익에만 기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에 균열이 가기 시작해 국민의힘이 모처럼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 상대적으로 추석 밥상 여론에서 긍정적인 위치를 선점한 것도 맞다"면서도 "극단적 세력과의 단절을 통해 반사이익에 자신들만의 상승 계기를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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