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마이크 세우고 '피식'…검사 출신 與 의원들에게 혼난(?) 검사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검사들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고?
-맞아. 이른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당시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장이었던 최재현 검사는 이날 법사위에 나와 여당 의원들로부터 분실 경위를 집중 추궁당했는데, 최 검사는 "저는 띠지를 없앤 적 없다"며 오히려 "지난번 청문회를 보니 압수계 수사관들에게 증거를 인멸했니, 구속돼야 하니 마니 이런 얘기들을 하시더라"고 맞받아쳤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도중엔 자신의 마이크를 '천장' 쪽으로 세우며 태도 지적을 받기도 했어. 이를 본 서 의원은 "그게 뭐 하는 자세냐. 왜 마이크를 그렇게 올리냐"며 "검사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느냐"고 일갈했어.
-"수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최 검사의 발언에 '검사 선배'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헛웃음을 짓기도 했어. 이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자부심을 느낀다고요?"라고 거듭 물었고, 최 검사는 관봉권 훼손은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수사 전반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부심이 있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어. 이를 지켜본 또 다른 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압수물조차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검사들이 자기 수사에 자부심까지 가진다니, 이런 사람들한테 무슨 수사권을 맡긴다는 거냐"고 지적했어.

-그런가 하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제기한 '연어 술파티' 의혹 당사자인 박상용 전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서 의원의 질의 도중 '피식' 웃는 모습이 포착돼 태도 논란이 일었어?
-박 검사는 김기표 민주당 의원의 검찰청 내 외부음식 반입 여부 물음에 처음에는 반입한 적이 없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어. 이후 외부음식은 맞지만 검찰청에서 제공한 것이고, 교도관과 수사관도 같은 메뉴를 먹었다며 '오락가락' 답변을 보이기도 했어.
-박 검사는 '검사 선배'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대북송금 사건의 공소장 내용을 지적하자 "재판에서 잘 주장하라"고 응수하기도 했어. 박 의원이 "저렇게 무책임하다"고 크게 호통치자, 박 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나. 그때 잘 주장했다면 법원의 현출이 의원님 말씀대로 되지 않았겠나"라며 되받아쳤어.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청문회 도중 박 검사의 태도에 "항변하라고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라며 꾸짖기도 했어. 끝나지 않는 검찰과 여권의 갈등은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와 맞물려 한층 격화될 조짐이야.

◆국무총리 입에서 나온 '선 비자 해결, 후 대미 투자' 후폭풍
-김민석 국무총리의 외신 인터뷰가 높은 관심을 받았지?
-응. 지난 25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김 총리는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어. '조지아 사태'로 불거진 비자 문제가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3500억달러 투자'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무총리의 입에서 나온 말인 만큼 정부의 협상 기조로도 풀이됐어.
-공교롭게도 해당 인터뷰는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접견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알려졌어. 그래서인지 우리 정부가 비자 문제를 고리로 미국에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제기됐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김 총리 인터뷰가 공개된 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관세 문제를 외교로 풀어야 할 책임자인 국무총리가 미국을 향해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지.

-총리실에서는 확대 해석이라는 해명을 내놨다고?
-응. 총리실은 설명 자료를 내고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이 미국 입국을 굉장히 꺼리는 상황임을 설명한 것일 뿐 투자를 유보한다는 의미의 발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어. 조지아 사태를 비롯해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한국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에 국한된 언급일 뿐, 3500억달러 투자까지 겨냥한 건 아니라는 거야.
-총리실 측은 또 3500억달러 대미 투자는 아직 협상 중인 데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서 비자 문제를 포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식으로 설명했어. 정부 입장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여. 다만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김 총리의 말을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비자 문제가 실제로 양국 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번 지켜보자고.

◆북핵 '중단-축소-폐기' 이어 'END'…대북 정책 기조 천명한 李 대통령
-이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았다고.
-맞아.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3박 5일 방미 일정을 소화했어. 이 대통령이 다자회의 무대에 나선 건 취임 2주 만이었던 지난 6월 중순 이후 약 석 달 만이었어. 당시는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여러 정상과 인사 차원의 만남을 가졌다면 이번은 본격적인 다자외교 무대 데뷔전인 셈이지.
-이 대통령은 글로벌 투자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투자를 논의하는 일정을 시작으로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이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의장국 자격으로 주재했어. 이 밖에도 유엔 사무총장, 우즈베키스탄, 체코, 이탈리아, 폴란드 등과 양자회담을 가졌고,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을 만나 한미 통상협상에 관한 의견도 나눴어.
-특히 이 대통령은 총회 기조연설에서 대북 정책 청사진을 공개했어. 교류(Exchange), 관계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문 앞 글자를 딴 'END 이니셔티브' 구상이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다는 대북 정책 기조를 여러 차례 밝혔어.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는 '중단-축소-폐기'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포괄적인 범위의 대북 정책 방향을 명시한 거야. 이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 실현은 분쟁으로 고통받는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어.
-이 'END 이니셔티브'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순서는 무관하며 각각의 과정들을 추동하고, 그 과정들이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어. 북핵 및 대북 제재와 관련해 '대화가 먼저냐, 비핵화가 먼저냐'는 그간의 이분법적인 전략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읽혔어. 이 대통령의 지속적인 유화 메시지에 북한이 언제쯤 화답할지, 윤석열 정부에서 극단적으로 경색된 남북관계가 이번 정부에서 어느 정도까지 완화될지 지켜보자고.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