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발끈한 與…'관봉권 띠지' 담당 검사 태도 논란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9.27 00:00 / 수정: 2025.09.27 00:00
김민석 총리 '선 비자 해결, 후 대미 투자' 후폭풍
李대통령, 유엔총회서 'END 이니셔티브' 구상 천명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김정민·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을 입건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관봉권 띠지 분실과 관련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김정민·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을 입건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관봉권 띠지 분실과 관련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마이크 세우고 '피식'…검사 출신 與 의원들에게 혼난(?) 검사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검사들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고?

-맞아. 이른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당시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장이었던 최재현 검사는 이날 법사위에 나와 여당 의원들로부터 분실 경위를 집중 추궁당했는데, 최 검사는 "저는 띠지를 없앤 적 없다"며 오히려 "지난번 청문회를 보니 압수계 수사관들에게 증거를 인멸했니, 구속돼야 하니 마니 이런 얘기들을 하시더라"고 맞받아쳤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도중엔 자신의 마이크를 '천장' 쪽으로 세우며 태도 지적을 받기도 했어. 이를 본 서 의원은 "그게 뭐 하는 자세냐. 왜 마이크를 그렇게 올리냐"며 "검사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느냐"고 일갈했어.

-"수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최 검사의 발언에 '검사 선배'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헛웃음을 짓기도 했어. 이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자부심을 느낀다고요?"라고 거듭 물었고, 최 검사는 관봉권 훼손은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수사 전반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부심이 있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어. 이를 지켜본 또 다른 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압수물조차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검사들이 자기 수사에 자부심까지 가진다니, 이런 사람들한테 무슨 수사권을 맡긴다는 거냐"고 지적했어.

최재현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한 후 물을 마시는 모습. /뉴시스
최재현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한 후 물을 마시는 모습. /뉴시스

-그런가 하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제기한 '연어 술파티' 의혹 당사자인 박상용 전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서 의원의 질의 도중 '피식' 웃는 모습이 포착돼 태도 논란이 일었어?

-박 검사는 김기표 민주당 의원의 검찰청 내 외부음식 반입 여부 물음에 처음에는 반입한 적이 없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어. 이후 외부음식은 맞지만 검찰청에서 제공한 것이고, 교도관과 수사관도 같은 메뉴를 먹었다며 '오락가락' 답변을 보이기도 했어.

-박 검사는 '검사 선배'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대북송금 사건의 공소장 내용을 지적하자 "재판에서 잘 주장하라"고 응수하기도 했어. 박 의원이 "저렇게 무책임하다"고 크게 호통치자, 박 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나. 그때 잘 주장했다면 법원의 현출이 의원님 말씀대로 되지 않았겠나"라며 되받아쳤어.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청문회 도중 박 검사의 태도에 "항변하라고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라며 꾸짖기도 했어. 끝나지 않는 검찰과 여권의 갈등은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와 맞물려 한층 격화될 조짐이야.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자 문제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임영무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자 문제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임영무 기자

◆국무총리 입에서 나온 '선 비자 해결, 후 대미 투자' 후폭풍

-김민석 국무총리의 외신 인터뷰가 높은 관심을 받았지?

-응. 지난 25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김 총리는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어. '조지아 사태'로 불거진 비자 문제가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3500억달러 투자'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무총리의 입에서 나온 말인 만큼 정부의 협상 기조로도 풀이됐어.

-공교롭게도 해당 인터뷰는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접견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알려졌어. 그래서인지 우리 정부가 비자 문제를 고리로 미국에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제기됐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김 총리 인터뷰가 공개된 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관세 문제를 외교로 풀어야 할 책임자인 국무총리가 미국을 향해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지.

총리실은 지난 25일 설명 자료를 내고 김 총리의 비자 문제 언급은 조지아 사태 등 현재 진행 중인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뉴시스
총리실은 지난 25일 설명 자료를 내고 김 총리의 비자 문제 언급은 '조지아 사태' 등 현재 진행 중인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뉴시스

-총리실에서는 확대 해석이라는 해명을 내놨다고?

-응. 총리실은 설명 자료를 내고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이 미국 입국을 굉장히 꺼리는 상황임을 설명한 것일 뿐 투자를 유보한다는 의미의 발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어. 조지아 사태를 비롯해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한국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에 국한된 언급일 뿐, 3500억달러 투자까지 겨냥한 건 아니라는 거야.

-총리실 측은 또 3500억달러 대미 투자는 아직 협상 중인 데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서 비자 문제를 포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식으로 설명했어. 정부 입장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여. 다만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김 총리의 말을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비자 문제가 실제로 양국 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번 지켜보자고.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천명하며 END 이니셔티브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실현을 공언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천명하며 'END 이니셔티브'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실현을 공언했다. /뉴시스

◆북핵 '중단-축소-폐기' 이어 'END'…대북 정책 기조 천명한 李 대통령

-이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았다고.

-맞아.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3박 5일 방미 일정을 소화했어. 이 대통령이 다자회의 무대에 나선 건 취임 2주 만이었던 지난 6월 중순 이후 약 석 달 만이었어. 당시는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여러 정상과 인사 차원의 만남을 가졌다면 이번은 본격적인 다자외교 무대 데뷔전인 셈이지.

-이 대통령은 글로벌 투자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투자를 논의하는 일정을 시작으로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이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의장국 자격으로 주재했어. 이 밖에도 유엔 사무총장, 우즈베키스탄, 체코, 이탈리아, 폴란드 등과 양자회담을 가졌고,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을 만나 한미 통상협상에 관한 의견도 나눴어.

-특히 이 대통령은 총회 기조연설에서 대북 정책 청사진을 공개했어. 교류(Exchange), 관계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문 앞 글자를 딴 'END 이니셔티브' 구상이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다는 대북 정책 기조를 여러 차례 밝혔어.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소재의 육군 제7보병사단을 찾아 군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는 모습.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소재의 육군 제7보병사단을 찾아 군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는 모습. /대통령실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는 '중단-축소-폐기'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포괄적인 범위의 대북 정책 방향을 명시한 거야. 이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 실현은 분쟁으로 고통받는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어.

-이 'END 이니셔티브'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순서는 무관하며 각각의 과정들을 추동하고, 그 과정들이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어. 북핵 및 대북 제재와 관련해 '대화가 먼저냐, 비핵화가 먼저냐'는 그간의 이분법적인 전략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읽혔어. 이 대통령의 지속적인 유화 메시지에 북한이 언제쯤 화답할지, 윤석열 정부에서 극단적으로 경색된 남북관계가 이번 정부에서 어느 정도까지 완화될지 지켜보자고.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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