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말 그대로 싸움판이다. 대통령실이 여권에서 제기되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견해를 밝혀 파장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직후 사퇴론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고 수습했다. 하지만 문제의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했다가 기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다시 포함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여야의 다툼도 장난이 아니다. 대정부질문에서 여당과 여당은 서로를 향해 윽박질렀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야당 간사 선임의 건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법안이나 현안을 두고 토론한 것이 아니라 적정선을 넘나드는 정쟁이라는 게 문제다. 참으로 한결같은 모습이다. 어쩌면 협치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카메라 앞에선 강공 모드…뒤에선 꾸벅 사과
-요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그렇게 뜨겁다며?
-맞아. 여야 의원들 공방으로 바람 잘 날이 없어. 고성과 삿대질은 기본이고 상대 당 의원을 향한 막말도 서슴지 않고 있어. 원래도 전쟁터를 불방케 하는 곳이라지만 국회 관계자들도 '요즘은 너무 심하다'라는 말까지 나와. 지난달 29일 법사위 야당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의원 선임 건 때문이야.
-문제는 아직도 나 의원이 야당 간사로 선출되지 못하고 있어. 지난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엔 무기명 기표소까지 등장했다니까. 결과는 당연히 민주당 8명과 조국혁신당·무소속 각 1명, 총 10명의 범여권 의원 반대로 부결됐지. 국민의힘은 간사를 선임하는 데 투표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어.

-의원들 가족사까지 등장했다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나 의원을 감싸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어. 법사위 피감기관장인 춘천지방법원장이 나 의원의 남편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남편까지 욕 먹이고 있다"고 하자 곽 의원은 박 의원을 향해 "사모님은 뭐하세요"라고 소리 질렀어. 2018년 부인과 사별한 박 의원이 "돌아가셨어요"라고 답하자 "그렇죠.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되는 거예요"라고 맞받아쳤어. 법사위 회의장은 아수라장이됐지.
-여권 의원들이 곽 의원을 향해 "무례하다" "인간이 돼라"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곽 의원은 "왜 사과하느냐. 남편 이야기를 누가 먼저 했느냐"라고 버텼어. 그러다 회의가 정회되자 곽 의원은 박 의원에게 가 "죄송하다. 몰랐다"라면서 고개 숙여 악수를 청했고, 박 의원은 받아들였어. 국민의힘 한 고위 관계자는 <더팩트>에 "솔직히 많이 놀랐다. 그런 폭력적인 발언들이 당을 망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어.

◆정쟁으로 변질된 대정부질문…"공부 좀 하세요" "과대망상"
-18일을 끝으로 나흘간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마무리됐는데, 사법·언론 개혁과 정부조직법 개정 등 민감한 쟁점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부딪혔어. 특히 마지막 날이 압권이었다며?
-맞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안에 대해 "계엄보다 더한 주장"이라면서 "사법부 독립 침해"라고 공격했고, 김민석 국무총리는 "윤석열 정권은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맞받아쳤지.
-서로 날 선 발언이 오가니까 본회의장도 술렁였겠다.
-응. 여야 의원들도 고성과 비난을 하면서 각자 소속된 의원에게 힘을 몰아주는 식이었지. 김 총리가 앞서 나 의원이 비판한 내란전담재판부가 "왜 위헌인가"고라 묻자, 국민의힘 의석 쪽에선 "총리가 왜 질문하느냐"고 항의했지. 현장 분위기는 거의 난장판이었어.

-민주당 의석에서는 "(전 국무총리) 한덕수는 더했다"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어.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공부 좀 하세요"라고 직격했고 다른 의원들은 나 의원을 겨냥해 "5선이나 돼서 법을 아는 거냐 마는 거냐?"라고 했지.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서 "두 분이 토론하도록 맡겨달라"로 중재했어.
-언론 문제에 대해서도 불붙었다며?
-맞아. 나 의원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불러 "이 위원장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방송 장악을 완성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이 위원장은 "방송 3법은 사실상 민노총에 중요한 방송사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동의했어. 민주당 쪽에서는 "과대망상"이라며 야유가 쏟아져나왔지.
-본질적인 정책 질의보다는 공방과 고성이 더 주목받았네. 토론의 장이 돼야 할 대정부질문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것이 아쉽다.

◆'공교로운 타이밍'…비대위 출범 하루 전 입 연 김보협
-조국혁신당 성 비위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던 김보협 전 수석대변인이 사건 접수 5개월 만에 입장을 밝혔다며?
-응. 그런데 시점이 공교롭게도 혁신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 하루 전날인 지난 14일이었어. 당으로서는 정말 당혹스러웠을 것으로 보여. 김 전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소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성추행, 성희롱은 없었다"라고 썼어. 오히려 김 전 대변인은 피해자가 성추행이 벌어졌다고 주장한 '노래방 회식'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13일 "참석자 전원에게 전날 안전하게 귀가했는지 저를 포함해 누구에 의해서라도 불쾌한 언행이 없는지 물었다"고 강조했지.
-당에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어. 조국 비대위원장은 "김 전 대변인에 대한 제명이나 당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고, 박병언 대변인은 "김 전 대변인의 자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대변인과 혁신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지. 추 의원은 SNS에 "혁신당에서 5개월 전 일어난 성 비위 사건 가해자가 뒤늦게 등장해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면서 "혁신당은 외부 전문가에 조사를 위탁하면서 즉시 취해야 할 조치들을 미루고 회피하는 사이에 진실 게임으로 전환해 버렸다"고 질타했지.
-그러자 서왕진 원내대표도 바로 받아쳤어. 서 원내대표는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저희 당의 대응을 일방 규정하는 것은 자제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했어. 정중하게 말하긴 했지만, 말끝에 불편한 감정이 느껴졌지.
-경찰은 김 전 대변인이 성추행 아니라고 주장한 지 사흘 만에 검찰에 송치했어. 참고인 진술과 여러 정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 김 전 대변인은 "검찰에서 무고함을 입증하겠다"라며 재차 결박을 주장했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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