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원칙적 공감" 수습 진땀…별안간 '태종'이 소환됐다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9.20 00:00 / 수정: 2025.09.20 00:00
정청래 "전북의 아들"…잇따라 호남 일정 소화
美 석학, 국제한반도포럼서 '조지아 사태' 언급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15일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시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15일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대통령실, 논란 됐다고 속기록을 지운다?

-이번 주 대통령실은 강유정 대변인의 '원칙적으로 공감'이라는 발언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것 같아.

-맞아. 강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말에 "특별한 입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이라며 말문을 열었어. 이어 "국회가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게 선출 권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는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이나 이유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서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어.

-이 발언이 대통령실이 여권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다수의 보도가 이어졌고, 대통령실은 급히 수습에 나섰어. 40여 분 뒤 기자단 공지를 통해 "국회는 숙고와 논의를 통해서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하며, 대통령실은 그런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고, 이어 재차 브리핑을 열었어.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강 대변인의 원칙적 공감 발언을 브리핑 속기록에서 삭제·수정했다가 기자들의 반발이 있자 이 부분을 다시 포함해 속기록을 공지했다. /더팩트 DB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강 대변인의 "원칙적 공감" 발언을 브리핑 속기록에서 삭제·수정했다가 기자들의 반발이 있자 이 부분을 다시 포함해 속기록을 공지했다. /더팩트 DB

-두번째 브리핑에서는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서 질문에 대한 1차적 답변이 끝난 것"이라고 설명했어. 또 "삼권분립에 있어서 선출된 권력이 어떤 의사 표명을 한다면 임명 권력은 일단 한번 돌이켜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원칙적 공감이라는 의미"라며 "이 사안 (자체)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건 오독이고 오보"라고 강조했어.

-이렇게 대변인을 비롯한 주요 인사가 일부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발언을 하고, 그 뒤 이를 해명하면서 정정 요청을 하는 것까지는 취재원과 언론 간 소통 과정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야. 서로 해명하고, 이해하고 마무리될 일이지. 그런데 결정적인 사건은 그 뒤에 발생했어.

-대통령실은 첫 브리핑 속기록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다보니 두번째 브리핑이 끝난 뒤 올렸는데, 이 속기록에 논란이 된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부분을 아예 빼버린 거야. 이 문구는 사라지고 "그런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는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이나 이유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라고만 기록돼 있었어.

-당연히 기자들은 강하게 항의했어. 논란이 된 부분, 속된 말로 불리할 수 있는 건 아예 기록에서 삭제하겠다는 시도가 아니냐는 거였지. 기자들 사이에서는 조선시대 태종이 말에서 떨어진 뒤 이를 사관이 모르게 하라고 지시한 것까지 실록에 기록한 사례도 회자됐어. 결국 대통령실은 이후 그 부분을 넣은 속기록을 다시 공지했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연이어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더팩트 DB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연이어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더팩트 DB

◆"호남 없으면 우리도 없다"…정청래, 연이은 '호남 구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발전특별위원회(호남특위) 활동에 힘을 싣는 모습이야. 정 대표는 지난달 직접 출범을 이끈 호남특위 첫 회의를 16일 전북 전주 민주당 전북도당에서 진행했어. 민주당은 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호남특위를 띄운 바 있지.

-이후 정 대표는 불과 이틀 만에 광주시청에서 현장 예산정책협의회를 열며 다시 호남을 찾았어. 같은 날 오후에는 국회에서 '호남 발전을 위한 예산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는데, 당대표가 지역 예산 점검회의를 직접 이끈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맞아. 정 대표는 "민주주의의 뿌리이자 줄기인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면서 "이제는 국가가 호남 발전의 '옥동자'를 낳고 길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어. 또 호남과의 인연을 거듭 부각했는데, 회의 시작 전 사회자가 "전북의 영원한 아들"이라고 소개하자 정 대표는 환하게 웃으면서 "10남매 중 막내인 저를 빼고 아홉 형제자매가 모두 전북 금산에서 태어났다. 저도 전북의 아들이라 할 수 있다"고 화답했어.

정청래(왼쪽에서 다섯 번째) 민주당 대표가 호남발전특별위원회(호남특위) 활동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은 정 대표와 당 호남특위 위원들. /뉴시스
정청래(왼쪽에서 다섯 번째) 민주당 대표가 호남발전특별위원회(호남특위) 활동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은 정 대표와 당 호남특위 위원들. /뉴시스

-'호남 홀대론'도 직접 꺼내며 "특위 위원처럼 직접 열심히 뛰겠다"고 약속했어. 호남 홀대론은 민주당이 '텃밭'인 호남 민심에 기대면서도 정작 예산·정책 반영은 소홀히 한다는 불만을 말해. 정 대표의 약속을 담아 특위는 광주 AI 컴퓨팅센터 설치, 새만금 RE100 산단 조성,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등 호남권의 굵직한 현안을 논의한 후 이재명 정부 5년 중장기 계획에 반영할 방침이야.

-그런데 왜 정 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호남 구애에 공들이는 걸까? 대선 당시 광주·전남 골목골목 선대위원장을 지낸 그는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많은 당원들이 모인 호남 민심을 다지는 동시에, 차기 당권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장기적인 정치 기반을 다지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와.

-회의에 참석한 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정 대표 표현대로 호남은 우리의 정치적 기반이지만 그만큼 지역 발전에 우리가 충분히 기여했는지는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정부가 집권한 만큼 시급한 예산을 철 지난 뒤로 미루지 말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는 취지를 강조했다"고 전했어.

지난 19일 국제 한반도 포럼(GFK)에 참석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민이 아닌 사람들을 해외로 추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조지아 사태와 관련해 언급했다. /임영무 기자
지난 19일 국제 한반도 포럼(GFK)에 참석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민이 아닌 사람들을 해외로 추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조지아 사태'와 관련해 언급했다. /임영무 기자

◆"한국, 화내는 게 당연"...美 석학이 바라본 '조지아 사태'

-국제 한반도 포럼(GFK)에서 우리 국민 317명이 구금됐던 '조지아 사태'가 언급됐다고?

-응. GFK는 통일부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마련하고 있는 전문가 참여 학술 행사야. 이번 포럼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개최됐는데, 먼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이와 관련해 언급했어. 샌델 교수는 '민주주의 위기와 평화 공존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던 중 양극화와 민주주의 위기에 관한 사례를 언급했어.

-그는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민이 아닌 사람들을 해외로 추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엔 수백명의 한국인을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이들을 구금했다"고 지적했어. 그러면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얼마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지. 세계 최고 석학으로 손꼽히는 샌델 교수의 입에서 조지아 사태가 언급되다 보니 귀가 쫑긋하더라고.

정부는 조지아 사태를 계기로 한미 간 비자 문제와 관련해 양국 워킹그룹(실무협의체) 창설 협의에 착수했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모습. /박헌우 기자
정부는 조지아 사태를 계기로 한미 간 비자 문제와 관련해 양국 워킹그룹(실무협의체) 창설 협의에 착수했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모습. /박헌우 기자

-한국이 화내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 교수도 있었지?

-맞아. '트럼프 시대 한반도 평화 공존'을 주제로도 토론이 이어졌는데, 제니퍼 린드 다트머스대 교수는 한미 동맹과 관련한 발언 중 "한국인 300여 명이 조지아에서 구금된 적 있었다"고 말했어. 그러면서 "한국의 많은 분들도 놀랐겠지만 미국에서도 한미 동맹 관련자들이 굉장히 놀랐다"고 했어. 그러면서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라며 사건 발생 당시 본인도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회고했지.

-린드 교수는 또 "조지아 구금 사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정말 맞는 건지"라며 "동맹국에서 생각했을 때 한국이 당연히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어.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내에서도 충격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미 간 비자 문제와 관련한 양국 워킹그룹(실무협의체) 창설 협의에 착수한 상태야. 아무쪼록 제2의 조지아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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