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미국 이민 당국의 단속으로 체포·구금됐던 우리 국민 316명이 무사히 귀국했다. 한미 간 비자 제도 개선과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범 100일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중요 과제로 남았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무역협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관세 25%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은 부분도 고민 지점이다.
-국내 민생·경제와 외교 문제가 난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법' 개정 합의 번복을 두고 여권 내 갈등이 노출됐다.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것과 달리 권 의원은 스스로 '찬성표'를 행사했다. 권 의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16일 열린다.

◆한국 땅 밟은 '美 구금' 국민 316명…문제는 지금부터?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됐던 우리 국민이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고?
-맞아. 우리 국민 316명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가 지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어. 현지 체포 시점으로부터 무려 8일 만이야. 정부가 발표한 귀환 예정일이 미뤄지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가 안전히 돌아오게 됐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긴 한데,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지적이 나와.
-먼저 '비자 문제'가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붙잡힌 한국인 근로자들은 비자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ESTA(전자여행허가제)와 상용·관광 비자인 B-1·B-2 비자로 입국했다고 해. 미국은 이걸 '이민법 위반'이라고 본 거야.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국이 온전히 '불법을 저질렀다'라고 보기는 애매해.
-실제로 '정식 비자'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라지?
-응. 미국에서 아무 문제 없이 일을 하려면 전문직 취업(H-1B) 비자나 주재원(L-1) 비자가 필요해. 하지만 기간만 수개월에 걸리는 등 발급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일례로 H-1B 비자는 연간 발급 건수가 딱 8만5000개야. 문제는 이마저도 추첨이라는 거지. 다른 외국과 달리 한국에는 따로 쿼터(할당)도 부여되지 않았어. 우리가 이를 요구하긴 했는데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거든.
-그럼에도 미국은 줄곧 대미 투자를 요구했고, 수요가 있는 한국으로서도 이를 거부하긴 어려웠지. 그렇다 보니 ESTA 등을 이용한 우회 출장이 관행처럼 자리 잡게 된 거야.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개한 '반이민' 정책 기조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한국을 덮친 셈이지. 우리로서는 미국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이를 계기로 비자 문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정부에서는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에 돌입했다고?
-응.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워킹그룹(실무조직)을 꾸리겠다는 계획이야. H-1B 비자의 쿼터 확보뿐 아니라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한국 동반자법'(전문인력 대상 E-4 비자 쿼터 신설)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여. 기존 B-1 비자의 탄력적 운용 여부도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해.
-이번 사태에 따라 방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11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미 연방의회 상원의원 면담을 통해 '한미 워킹그룹' 신설을 촉구하기도 했어. 이처럼 한미 양국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비자 문제를 하루빨리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여. 이미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근로자가 상당한 만큼, 제2의 조지아 사태 가능성을 완전히 접기는 어려우니까.

◆한층 명확하고 단호한 메시지…30일과 100일의 차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두 번째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많은 이목이 쏠렸어. 첫 회견과 달라진 게 있었어?
-타운홀미팅 구조의 회견장이나 '약속대련' 없는 회견 방식은 첫 회견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 다만 첫 회견 때 모든 질문자를 명함 추첨 또는 지목 방식으로 현장에서 무작위로 뽑은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분야별로 기자단을 통해 미리 선별한 필수질문을 하나씩 소화한 뒤 시작했어. 당시 상대적으로 지역 현안 질문 비중이 높았다는 지적이 있었거든.
-반면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첫 회견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어. 첫 회견 때는 구체적인 현안보다는 국정운영 전반에 관한 큰 그림 위주의 내용이 많았어. 이 대통령은 현안 질의에 대해 직접적이기보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어. 이번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데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30일밖에 되지 않았기에 한계가 있었을 거야.

-이번에는 그간 국정운영의 틀을 다진 만큼 훨씬 구체적이고 명확한 답변이 많았어. 민감한 현안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반복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두고는 "꼭 1개 종목에 50억 원까지를 면세해 줘야 하냐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도 주식시장 악영향을 우려해 현행 유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
-이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 관련된 질문에서는 한층 더 단호하게 '돌직구'를 날리는 모습이었어. 특검법 수정과 정부 조직개편안을 맞바꾼 여야의 합의를 두고는 "몰랐다. 그렇게 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어. 내란의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그걸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맥락이었어.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서도 "그게 무슨 위헌인가"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위헌 논란에 선을 그었어.
-일부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는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어. 검찰개혁에 대해 "제가 가장 큰 피해자다. 과격한 허위보도로 고생했다"고 했고,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 답변하는 과정에서는 "아들이 멀쩡하게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화천대유 취직했다고 대서특필하는 바람에 아직도 직장을 못 얻고 있다. 아주 인생을 망쳐놨다"고 다소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어.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 선임…본회의장에 남은 박은정
-11일 오후 2시 30분. 성 비위 파문으로 지도부가 총사퇴한 조국혁신당이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을 위해 당무위원회를 열었다며?
-응, 그런데 하필이면 이날 오후 2시에 본회의가 예정돼 있었거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과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 개정안 표결까지, 중요한 안건들이 꽉 차 있었지.
-혁신당 당무위는 오후 2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여느라 본회의 개회가 지연됐어. 결국 2시 30분쯤 "교섭단체 협의에 따라 오늘 본회의 시간이 3시로 변경됐다"고 공지됐고, 혁신당 의원들은 당무위 참석을 위해 본회의장에서 빠져나갔어. 이와 관련해 한 혁신당 의원은 <더팩트>에 "비교섭단체는 너무 서럽다. 아무것도 모르고 2시부터 자리를 지켰다"며 하소연했어.
-그 시각 본회의장에는 박은정 의원만이 남아 있었어. 박 의원은 혁신당 의원 중 유일하게 당무위원이 아니라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한편, 당무위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되는 사이, 본회의장 비상구로 하나둘씩 들어와 표결에 참여하더라고.
-혁신당은 당무위에서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어. 당은 이르면 이번 주말 비대위원을 구성한 뒤 오는 15일 비대위가 본격 출범할 것으로 보여. 조국 비대위 체제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보자고.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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