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선후보 교체 파동, '없던 일'로…봐주기 논란 불가피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5.09.12 00:00 / 수정: 2025.09.12 00:00
국힘 윤리위, 권영세·이양수 '無징계' 결정
"민심 괴리, 당내 민주주의 붕괴" 비판 나와
11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대선 후보 교체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부쳐진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공람 종결 즉, 무징계로 결론 내리면서 봐주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여상원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남윤호 기자
11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대선 후보 교체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부쳐진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공람 종결' 즉, 무징계로 결론 내리면서 봐주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여상원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사상 초유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사태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새벽 3시에 후보 교체를 시도하는 등 절차적 하자에 대한 불법성이 당무감사위에서 인정이 됐음에도 당시 핵심 지도부가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게 되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강경파가 여전히 당을 지배하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11일 대선 후보 교체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부쳐진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공람 종결' 즉, 무징계로 결론 내렸다. 당무감사위가 '당원권 정지 3년'을 청구했지만, 윤리위가 "징계 사안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지난 대선 후보 교체 당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헌·당규에 없는 불법적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규상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가 있다. 당원권 정지 범위는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다. 당시 '당원권 정지 3년'은 차기 총선 공천 배제로 해석됐다.

그러나 윤리위는 이날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놨다.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비대위원회의와 당내 의원 토론을 거쳐 이렇게 (후보 교체) 하자고 결론을 냈고, 주진우 의원을 비롯한 당내 법률가 출신에게 자문을 구하고도 대부분 '문제없다'고 해서 진행하게 됐다"며 "두 사람이 자의적·독단적으로 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두 사람 모두 비대위원장직과 사무총장직을 사퇴하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불법적 절차'라고 단정했던 당무감사위원회와는 전혀 다른 해석이다. 여 위원장은 당시 급박한 상황 속에서 지도부의 결정이 '터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윤리위 징계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사안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무징계 결정은 정치권에서 이미 예견됐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 /이새롬·남용희 기자
'무징계' 결정은 정치권에서 이미 예견됐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 /이새롬·남용희 기자

다만 이번 '무징계' 결정은 정치권에서 이미 예견됐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문수 후보가 당대표 선거에서 2367표 차이로 석패해 당권 장악에 실패했고, 강력 '반탄파(탄핵 반대파)' 장동혁호 출범으로 여전히 친윤 세력은 당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예상했던 결과"라면서 "현 지도부 기조가 '과거는 묻지 말자'이므로 이번 결정도 그 연장선에 있다. 김 후보가 당권을 쥐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결정으로 내부 견제 장치가 무력화되면서 자정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당내 기강 해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국민의힘 내부 기류가 친윤, 즉 기존 주류 세력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보니 충분히 예상된 결과"라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기본 정신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굉장히 중대한 사안임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간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일반 상식과는 괴리돼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국민 상식과는 동떨어진 집단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지난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이른바 '배신자 소동'을 일으켰던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에 대해서도 가장 낮은 징계 수위인 '경고' 조치를 해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앞서 지난 대선 국면에서 권 전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가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전 총리로 후보 교체를 시도했다. 김 후보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5월 10일 김 후보의 후보자 자격을 임의로 취소했다. 이후 새벽 3시께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하면서 후보 교체가 시도됐다. 당시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후보 교체 찬반'에 대한 당원 투표를 진행했지만, 투표 결과 교체 반대 의견이 더 많이 나오면서 무산됐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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