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수·서다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북미 대화가 열리는 게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 그걸 우리가 주도하거나 우리의 바운더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언제나 실용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념, 가치, 개인의 신념보다 국민의 삶과 국익이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돌아다니고, 아파치 헬기가 휴전선 가까이서 즉각 폭격할 것을 몇 년 견뎠다"며 "남한 정권이 갑자기 바뀌더니 대북 방송도 안 하고 몇 가지 유화 조치를 한다고 해서 그들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바뀔 걸 기대했다면 바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게 군사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피해"라며 "군사적 긴장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 경제, 민생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는 남한 당국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한 입장에서도 체제 위협의 핵심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으로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든지 미국과의 관계가 남북 관계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서 제가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래야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우리가 반드시 (북미 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지금 (북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며 "미국이라는 요소도 중요하지만 트럼프라는 사람의 특성이 한반도 평화 안정 확보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우리는 신뢰가 다 깨졌으니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며 "특별한 진척은 없지만 노력은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각자 외교 협상 특성이 있는데 타결 직전에 최대한 긴장을 끌어 올려 목소리를 키운 다음에 협상력을 높인다"며 "희망적으로 본다면 그런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