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의 여야 대표 오찬 회동을 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평가하는 당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회동 이후 장 대표를 겨냥해 "이재명에게 아부한 배신자", "싸우라고 뽑아줬더니 뭐하냐", "민주당에서조차 조롱받는다" 등 비판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반면 일부 당원들은 "잘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강경 투쟁을 기대했던 지지층이 장 대표의 중도·통합 행보에 하나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한 모습이다. 이는 장 대표에게 날아 온 전당대회 '청구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가 후보 시절 당내 반(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의 지지를 얻고 당선된 만큼 강경 투쟁을 기대한 당원들이 많았는데, 그 기대를 충족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회동 바로 다음날인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 단절 못 하면 정당해산 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연설문에선 '내란'이라는 단어를 25번 언급하기도 했다. 전날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협치의 노력을 했던 장 대표가 사실상 무시당한 셈이다.
장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정 대표의 연설에 대해 총평하며 "그저 '명비어천가'를 부르고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는 "거대 여당 대표의 품격을 기대했는데 너무나 실망스러웠다"며 "(연설에서) 청년도 없고, 미래도 없었다. 적대적 정치에만 기생하는 정치세력은 반드시 자멸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당내에선 장 대표의 행보가 협치의 필요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소수 야당이다 보니 처음부터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 오히려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명분을 줄 수 있다"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한 측면이 있고, 비공개 회담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고 했다. 당원 신 모 씨(74)는 이날 통화에서 "인원도 몇 안 되는 열세한 조건에서 자신의 색깔을 나타내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정치 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1.5선'인 장 대표가 정치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 대통령이 만든 협치 '드라마'에 들러리를 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대표가 대통령과의 만남에만 집중해 정치적 체급을 높이는 데 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고위 당정협의회가 회담 전날 이미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을 확정한 뒤 영수회담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와 여당이 회담 전 정부 조직법을 이미 확정해놓은 상황에서,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나 국민들 앞에서 야당 대표로서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당원들의 입장에서는 장 대표가 대통령의 협치 드라마에 들러리 선 것 아닌가, '또 당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 경험이 짧아 정치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야당 대표라면 대통령 앞에서라도 당당히 쓴소리를 했어야 했다"며 "얄팍한 정치적 계산만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