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탈당은 마지막 외침"…조국혁신당 떠난 '피해자' 강미정
  • 서다빈 기자
  • 입력: 2025.09.08 00:00 / 수정: 2025.09.08 07:54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 인터뷰
"조국, 진정한 위로와 책임 있는 태도 필요"
"탈당, 사회에 외칠 수 있는 마지막 수단"
강 전 대변인은 김 권한대행의 사당화 발언을 두고 왜 이 문제만 예외가 됐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모처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강 전 대변인. /영등포구=서다빈 기자
강 전 대변인은 김 권한대행의 '사당화' 발언을 두고 "왜 이 문제만 예외가 됐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모처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강 전 대변인. /영등포구=서다빈 기자

[더팩트ㅣ영등포구=서다빈 기자] "사람들은 대변인직 사퇴와 탈당을 하나로 보지만, 이유와 목적은 전혀 다릅니다. 탈당은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내민 손을 잡고 정치에 입문했던 강미정 전 혁신당 대변인이 1년 9개월 만에 당을 떠났다. 입당 당시 "사람의 문제를 응시하겠다"는 각오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끝내 당 내 성비위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당의 무책임한 대응을 고발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 이후의 삶에 대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한 강 전 대변인은 "탈당이 단지 정당을 떠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강력하게 소리를 마지막으로 한 방 지를 수 있었던 그 방법이 탈당이었다"고 설명했다.

'성비위 사건을 언론 보도로 처음 접했다'는 일부 고위 당직자들의 해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 말은 조직 내부가 얼마나 무관심하고 폐쇄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사건이 내부에서 공론화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스템의 부실함을 증명한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 전 대표가 그동안 각종 정치 현안에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도, 유독 성비위 사건에 대해서만 침묵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선민 혁신당 권한대행이 "조 전 대표와 이 문제를 상의했다면 사당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 강 전 대변인은 "왜 이 문제만 예외가 돼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며 "사당화 방지를 위해 침묵했다는 건 정말 실수다. 결코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런 이유로 강 전 대변인은 조용한 퇴장이 아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그는 "들어올 때도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나갈 때 한 번뿐인 기회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알려야 했다. 한 번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 말 속엔 분노와 좌절뿐 아니라, 더 나은 정치를 향한 의지와 후배 정치인들을 위한 연대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5일 오전, <더팩트>는 지난 4일 탈당을 선언한 강미정 전 혁신당 대변인을 서울 영등포구 모처에서 만났다.

다음은 강 전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강 전 대변인은 조 전 대표의 입장문을 접한 뒤 마음이 무거웠다고 전했다. /서다빈 기자
강 전 대변인은 조 전 대표의 입장문을 접한 뒤 마음이 무거웠다고 전했다. /서다빈 기자

-조 전 대표가 '비당원이라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는 입장문을 냈다. 당에서는 조 전 대표와의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다.

마음이 무거웠다. 입장문 속 '제가 좀 더 서둘렀어야 했다는 후회'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청년들의 외침과 고통을 그저 하나의 '사건'으로만 치부했다는 점이 아쉬웠고, 진정한 위로와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수감 당시에도 당내 어른들과 당원들이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아 편지를 보냈다. 내부적으로도 관련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정황이 분명 있었다. 피해자와 조력자가 직접 조 전 대표에게 진정성 있는 대응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소통이나 조치는 없었다. 기다렸지만 끝내 답은 오지 않았고, 그 침묵 속에서 절망감은 더욱 깊어졌다.

'역할이 없었다'는 말은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침묵조차 해석해야 했고, "몰랐다"는 말도 정말 몰랐던 건지, 몰랐다고 하고 싶은 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분의 침묵이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는 지지자들의 말도 있지만, 그 침묵 속에서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건 피해자와 연대자들, 이 내용을 다뤘던 기자와 주변 사람들이 받았던 고통이 훨씬 크다.

-탈당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뭔가.

혁신당의 대변인으로서 늘 상식적으로 납득 가능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했다. 단지 당의 입장만을 대변한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의 대화, 광장에서 들었던 목소리들을 논평에 담아내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당의 공식적인 스탠스와 내 입장이 분명하게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때부터는 더 이상 당을 대표해 논평을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내 양심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강 전 대변인은 이번 탈당을 마지막으로 사회에 외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강 전 대변인은 이번 탈당을 "마지막으로 사회에 외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탈당 기자회견 이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민주당 의원들 중 연락을 준 분들도 있었고, 혁신당 일부 의원들도 '끝까지 가야 한다'며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하고 있는 의원실 보좌진들, 직원들로부터도 '응원한다', '비슷한 상황으로 여의도를 떠난 동료, 후배가 생각났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지도부의 사과와 조 전 대표의 사과 이후, 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나. 탈당을 후회하지는 않나?

없다. 이 당을 떠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피해자와 연대하며 신념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한 메시지가 '탈당'이었다. 당 내에서 백 번 외쳐도 막혀 있었고, 탈당만이 마지막으로 사회에 외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물론 문제를 만들고 부실하게 처리한 장본인들이 모두 물러났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후회할 겨를도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수십 번 어제의 일들을 떠올리며 되새겼다.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할까 말까'를 고민한 건 아니었다.

-'당을 흔들기 위해 공론화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번 일로 누구를 공격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생각도 전혀 없다. 다만 피해자의 회복과 제도 개선, 그리고 조직 문화를 바꾸는 일이라면 그것은 정치가 반드시 다루어야 할 과제라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필요하다면 정치적으로 활용될 준비는 돼 있다. 그것은 특정인을 겨냥한 공격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고 성숙하게 만들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강 전 대변인은 황현선 사무총장의 사퇴를 두고 정의가 아닌, 지연된 최소한의 체면치레였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박헌우 기자
강 전 대변인은 황현선 사무총장의 사퇴를 두고 "정의가 아닌, 지연된 최소한의 체면치레였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박헌우 기자

-황현선 사무총장과 당 지도부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진다며 사퇴했다.

시간이 정의를 늦출 수 있지만, 결코 정의를 막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이번 일을 통해 다시금 확인했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당 지도부는 그 목소리를 끝내 외면하거나 지연시켰다. 문제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가', 그리고 '왜 제 탈당 기자회견 이후 이렇게 급하게 처리되는가' 이다. 책임자 한 명의 거취를 결정하는 데 다섯 달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혁신당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무감하고 자기 보호적인 문화에 물들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사퇴는 정의가 아니라, 지연된 최소한의 체면치레였을 뿐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결정을 보여주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반드시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뒤따르길 바란다.

-노래방 출입 논란이 공론화되자 황 사무총장은 "총장으로서 마지막 임무라 생각하고 조직 기강을 세우겠다"며 무관용 원칙을 밝혔다.

조직 기강을 세우겠다고 외치던 분이, 사실은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린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씁쓸한 아이러니가 있다. '마지막 임무'라는 말도 사실은 자기 의무가 아니라 자기 연명을 위한 수사(修辭)에 불과했다. 무관용 원칙을 외치던 자가 스스로에게 가장 관대했다는 점, 이것이 우리 당이 겪었던 위기의 핵심이다. 결국 기강을 세우겠다는 그 말 자체가, 기강을 무너뜨린 최후의 증언으로 남은 셈이다.

-이규원 혁신당 사무부총장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며 강 전 대변인의 근태를 문제 삼았다.

사실과 다르다. 무단결근은 없었고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제시할 수 있다. 공수처 참고인으로 소환돼 수사협조 자료를 준비하거나 제출하던 기간, 그리고 재판 출석·조사를 받던 날마다 사전에 당에 보고했다. 필요한 경우 재택 근무로 전환해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사람들이 있다. 근무해태로 몰아가지 말았으면 한다. 공수처 소환·출석 확인서, 해당일 보고 메일/메신저, 결재 문서 등 확인이 필요하다면 제출·공개하겠다. 나의 목적은 논쟁이 아니라 사실의 확인이다. 다만 사실과 다른 언급에 대해서는 정중히 정정을 요청한다.

강 전 대변인은 혁신당을 향해 청년들의 외침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변화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강 전 대변인 /뉴시스
강 전 대변인은 혁신당을 향해 "청년들의 외침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변화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강 전 대변인 /뉴시스

-당에서 피해자 심리치료와 관련한 의료비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달받은 바가 있나.

피해자 지원과 관련해 당에서 구체적인 대책이 전달된 바는 없었다. 황현선 사무총장의 발언이나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그리고 조국 전 대표의 입장도 차례로 접했지만,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하면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되고, 본질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끝까지 품격을 지키고 싶다. 중심은 늘 피해자와 함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혁신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제는 절실히 사람의 문제를 응시해달라.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다. 청년들의 외침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변화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한 사과가 아닌 후속 대책과 진정성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피해 회복", "무관용 원칙", "쇄신"이라는 말이 헛되지 않으려면, 당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더팩트>가 피해자 인터뷰를 보도한 지 4개월 만에, 지도부의 공식 사과와 사무총장의 사퇴가 이뤄졌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인가.

사람이 상처받는 속도와 정당이 결단하는 속도는 이렇게도 다르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피해자는 단 한 순간의 폭력으로 무너진다. 그러나 당은 몇 달이고 계산하며 머뭇거리다 겨우 결론에 이른다. 그 차이가 바로 '권력의 무감함'이고, 또 다른 폭력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진실은 늘 약속보다 강하다는 걸 배웠다. 지도부의 침묵, 책임자의 버팀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목소리와 당원들 시민들의 상식이 결국 당을 움직였다. 희망이자 동시에 교훈이다. 늦게라도 진실 앞에서는 무릎 꿇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 당연한 사실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일을 겪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여의도의 젊은 당직자들, 그리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꿈을 키워가는 후배들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치라는 공간 안에서 그들이 상처 대신 희망을 발견하길, 불신 대신 신뢰를 배워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서 사회 초년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실망해도 다시 기대할 수 있었듯이, 지금의 후배들도 좌절로 인해 정치와 멀어지는 일이 없기를, 오히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도약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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