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9월 정기국회가 막을 올린 가운데 국민의힘이 개원식에 검정 양복·근조 리본을 드레스코드로 설정하고 투쟁 강도를 높였다. 국회의장이 제안한 한복 착용은 거부했다. 정치권에선 향후 100일간의 투쟁 구도를 예고하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개원식 전 의원총회에서 결연한 투쟁 의지를 다졌다. 당 지도부는 이번 드레스코드가 이재명 정권에 항의하는 전략적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검은 넥타이와 근조 리본을 착용하고 개원식에 들어가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 정권에 맞서자는 심기일전 취지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다수 의원들은 다채로운 한복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화합의 상징성을 부각시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회의원이 한복을 입고 본회의장에 앉은 모습이 국민과 세계인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여야 의원 전원에 한복을 입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31일) "최근 여러 가지 민생과 괴리돼있는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검은 양복·넥타이, 근조리본을 착용하며 오히려 민주당의 한복 차림을 문제 삼았다.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한복을 입고 즐길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1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한복 착용에 대해 "(민주당의) 상황 인식이 (국민의힘과) 극명하게 다른 것 같다"며 "(국민의힘은) 특검법 연장 등으로 웃거나 즐기는 분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질서가 상당히 위기에 처해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본격적으로 투쟁 모드에 들어서면서 향후 여야 협치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야당의 강경 투쟁 행보로 향후 정국 운영이 대립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이번 개원식에서 '상복'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항의 표시를 넘어 향후 정기국회에서 투쟁 구도를 본격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며 "장동혁 체제를 중심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 하에 내년 지방선거까지 당을 끌고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극심한 여야 격돌이 예상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이날 오전 예방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여야가 손잡기엔 아직 거리가 먼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