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강성 노선을 예고했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지지 기반인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강성 당심을 겨냥한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던 '선명성'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가 대표적인 예다.
장 대표는 당선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애초 약속했던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최근 장 대표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면회 계획과 관련해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결정을 하겠다"며 행동 시점을 미뤘다. 그는 이날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연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인선도 해야 하고 당을 빠르게 정비해야 할 시간"이라고만 했다.
이는 장 대표가 빠진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경 기조로 당권을 쥐는 데는 성공했지만 같은 스탠스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대선 기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대선 패배 이후 최하점을 찍은 후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더군다나 이미 시작한 중도층과 무당층 이탈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44%, 국민의힘은 23%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에 한정해서 보면, 민주당 48%, 국민의힘 14%로 그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그렇다고 당선되자마자 입장을 곧바로 선회하고 자신이 내건 공약을 파기하기도 쉽지 않다. 김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더욱 센 메시지를 냈던 것들이 장 대표에게 모두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가 당내에서 '윤어게인' 세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이 나옴에도 분명하게 선 긋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장 대표는 반탄(탄핵 반대)파 김문수 최고위원이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회 앞에서 분명히 집회와 시위가 있었는데 어떤 분들도 강경 진압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당내 의원 또는 당 지도부에 계신 분들 중 각각 다양한 입장과 의견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당대표가 된 만큼 앞으로 우리 당에서 나가는 목소리가 국민에게 공감받을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장 대표가 결국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적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에 "선명성을 위해 그랬던 거지 전당대회 때 보였던 것만큼 강성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초반에 그렇게 하더라도 곧바로 톤다운 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당분간 수위 조절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봤다.영남권의 한 의원도 "선거전략과 실전은 다르다. 중도 쪽으로 더 빨리 와서 당의 안정을 찾아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의원들도 불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포함된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 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8%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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