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우리 군 병력 유지에 빨간불이 커졌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로 우리 국군 병력 자원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긴장감과 최첨단 군비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여성도 현역병으로 복무할 기회를 부여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것을 계기로 정치권이 해묵은 병역제도 개편 논의에 나설지 주목된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재선·부산 해운대을)은 여성도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고, 국방부 장관에게 여성 현역병 복무실태·고충 처리 현황과 제도 운용 성과를 매년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국회에 보고하도록 의무를 지운 병역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대표발의했다. 날로 고도화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병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대책이다.
갈수록 병역 자원이 줄어들면서 미래의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성도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한다면 병역 자원 수급 부족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현역병'은 징집 또는 지원으로 입영한 병사를 말한다. 현행법상 여성도 지원을 통해 현역·예비역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는 장교·부사관 간부 선발에 국한되고 있다.
지원하는 여성만이 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 사실상 모병제로 볼 수 있다. 남성처럼 모든 여성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발의한 법안은 '여성 징병제'와 무관하다"라며 "병장은 부사관 수준까지 급여가 인상되는 등 처우가 많이 개선됐기에 병사로 복무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문호를 넓히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견을 전제로 "여성이 군에 자원한다면 병력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부 유럽 선진국이 자국 안보 강화를 위해 성별을 따로 두지 않는 흐름으로 볼 때 양성평등 면에서 여성이 현역병 복무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성 사병이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여성이 현역병으로 복무하기 위해선 병역 시설을 정비해야 하는 예산 소요가 불가피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여성 병사를 위한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여성의 병과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군 당국이 여성 간부 비율을 늘릴 계획인 상황에서 여성 현역병의 길이 열린다면 엄청난 재정이 들어가는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면서 "여성 현역병 적용에 대해 합리적으로 볼 수 있으나 구조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모병제나, 외국인 모병제, 여군 확대 등 여러 병역 제도 개편안이 나왔지만 반짝하고 사라졌다. 헌법재판소가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여한 병역법이 합헌이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병력 유지와 성평등 차원에서 여성 징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선거철마다 병역 개선 공약이 쏟아졌다. 하지만 오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 검토 차원을 넘지 못했다.
저출생에 따른 국방인력 감소로 병역제도 개편의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사실상 핵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북한의 위협과 미·중의 패권 경쟁,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 고도화 등을 고려할 때 급감한 우리의 병력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우리 군 병력은 지난 7월 기준 상비병력으로 여겨지는 50만명에서 5만명이 모자란 45만명 수준이다. 출생아 수 감소로 인해 병역 자원인 20세 남성인구가 올해 23만명, 2045년에는 13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