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반도 피스메이커’로 노벨평화상 소원풀까 [이우탁의 인사이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 입력: 2025.08.27 07:49 / 수정: 2025.08.27 07:49
트럼프,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2018년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됐으나 불발
오바마와의 ‘경쟁심리’ 유명...과연 올해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를 한다면 나는 페이스 메이커를 하겠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보면서 필자는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을 백미로 꼽고 싶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트럼프의 표정을 보면서 노벨평화상을 향한 그의 집념이 떠올랐다.

사실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집착은 유명하다. 집권 1기였던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가진 뒤 트럼프는 그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트럼프는 다시 집념을 불태웠다. 그 결과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평화협정을 명분으로 다시 후보에 올랐는데, 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집착의 배경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경쟁심이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인류의 협력 강화와 핵 확산 방지 기여, 중동평화 회담 재개 노력 등 국제 외교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트럼프는 종종 "오바마보다 훨씬 많은 일을 했는데 왜 난 안주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4년 간의 휴지기를 거쳐 다시 대선에 도전한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유세 때 취임 24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그는 취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만간 트럼프의 주도하에 종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무자비한 추방이나 파리 기후협약 일방적 탈퇴, 여기에 파나마 운하 반환 추진, 세계인을 괴롭히는 관세전쟁 등 트럼프의 거친 행보를 생각하면 여전히 노벨평화상을 받기에 2% 부족하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그런 트럼프에게 이 대통령이 ‘한반도 피스메이커’가 돼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서의 많은 전쟁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로 휴전하고 평화가 찾아왔다. 세계 지도자 중 대통령님처럼 세계 평화에 관심 갖고 실제로 성과를 낸 것은 처음으로 보인다"면서 "전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반도도 평화를 만들어주셔서 김정은도 만나시고 북한에도 ‘트럼프월드’를 지어서 골프도 치게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종전에 이어 북한의 비핵화와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트럼프는 평생의 소원인 노벨평화상을 손에 거머쥘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김정은과 저는 두터운 관계를 가져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취임 후 두 번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통해 친해졌고, 서로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김정은과 올해 만나고 싶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또 "남북관계에 이재명 대통령도 적극적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함께 노력한다면 뭔가 진전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즉각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김정은 만남을 제안한 것은 순발력있는 대응이었다. 특히 10월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시기와 겹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날이 바로 2009년 10월 9일이었다.

트럼프로서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와의 만찬 중 트럼프는 아베 전 총리가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이유로 자신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일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CBS방송이 전한 적이 있다.

어쩌면 한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서둘러 김정은 위원장에게 특유의 친서를 보낼지도 모르겠다. 또 이 대통령이 ‘한반도 피스메이커’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일도 실현될 수도 있겠다. 노벨위원회의 입장은 ‘지명 만으로 상을 받을 수는 없다’는 쪽이라지만 트럼프의 평생 소원이 과연 올해 실현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물론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변화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나친 낙관은 당연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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