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차기 당대표 최종 선출을 앞두고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김문수 체제'의 출범이 본인의 정치적 행보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후보와 장동혁 후보 둘 중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한 전 대표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제6차 전당대회 결선을 열고 김문수·장동혁 후보 중 최종 당대표 당선자를 발표한다. 이는 24~25일 이틀간 진행된 당원 투표(80%)와 국민 여론조사(20%)가 반영된 결과다.
최종 승자가 가려지기 전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민주주의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다". 당대표 결선 투표에 적극 투표해서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최악'은 장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사실상 김 후보를 지지한 것이라고 봤다. 친한(친한동훈)계도 김 후보의 당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당대표 선거에 불출마하면서 다음 정치적 스텝을 고민하고 있을 한 전 대표가 모색한 돌파구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와 장 후보 중 누구 하나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해 김 후보가 당선된다면 여전히 건재한 정치적 입지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친한계가 다시 당내 입지 확보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한 친한계 의원은 25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현재 김 후보는 당내 세력이 없다. 친윤계와도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다"라며 "원외 인사인 김 후보가 당내 세력 없이 당을 이끌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계파 가리지 않고 함께 가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문수 당대표 체제에서는 구주류·친윤(친윤석열)계 세력에 대해 책임을 묻는 기회를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한 전 대표의 마지막 승부수로 봐야 한다. 한 전 대표가 김 후보의 당선으로 정치적 공간을 유지해 나가며 대선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던 구주류에 대해 책임을 묻는 과정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 반대라면 상당히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를 품고 가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덧셈정치를 해야 하지 뺄셈하고 나누기하면 이재명 독재정치와 민주당만 좋아한다"며 "한 전 대표가 그런 절박한 심정을 저와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 후보는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당론을 따르지 않는 일부 세력은 품고 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둘 중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 평론가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기회를 도모하면 모를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선 당이 절대 분열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 전 대표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