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3실장이 전면에"…대통령실도 기자도 '가쁜 숨'
  • 김정수 기자
  • 입력: 2025.08.23 00:00 / 수정: 2025.08.23 00:00
'강훈식·김용범·위성락'에 우상호까지
김민석 총리 첫 기자간담회 이모저모
"언제 적 필리버스터"…국회도 회의적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진 브리핑이 연달아 개최됐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9일, 20일, 22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실 3실장이 각자 공개적으로 간담회를 연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배정한·남윤호 기자, 뉴시스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진 브리핑이 연달아 개최됐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9일, 20일, 22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실 3실장이 각자 공개적으로 간담회를 연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배정한·남윤호 기자, 뉴시스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절기상 처서(處暑)인데 현실은 대서(大暑)와 다름없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대통령실은 숨 가쁜 한 주를 보냈다. 3실장은 하루 간격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치열한 현안 대응을, 김용범 정책실장은 노조법과 상법 개정을 언급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주말부터 이어지는 일본·미국 정상회담의 의미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열고 김문수·장동혁 당대표 후보의 결선 진출을 알렸다. 누가 되더라도 비상계엄으로 탄핵·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고위원 중에서도 반탄(탄핵 반대파)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방송 3법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무기력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충실한 답변 속 아쉬운 면도 있었다. 국회는 3년 만에 방한한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으로, 저 멀리 통일대교는 어느 비전향 장기수로 한때 들썩였다.

강훈식(왼쪽)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8차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강훈식(왼쪽)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8차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강훈식→김용범→우상호→위성락…참모진 '언론 소통' 총출동

-이번 주 대통령실에서는 대변인 외에 고위급 참모진 브리핑이 이어졌다며.

-맞아. 화요일(19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수요일(20일)에는 김용범 정책실장, 금요일(22일)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까지, 3실장이 모두 따로 기자간담회를 가졌어. 목요일에는 우상호 정무수석도 같은 형식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특히 대통령실 3실장이 이렇게 잇따라, 또 각각 공개 간담회를 가진 건 전례에 비춰봐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라.

-기자간담회는 참모진이 각자 총괄하는 분야의 주제를 위주로 기자들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어. 강훈식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최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역할답게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두 달여 간의 소회를 먼저 밝혔어. 갑작스러운 정권교체로 인수위원회도 없이, 업무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한 뒤 내각 구성, 국정운영 방향 설정 등 큰 그림과 함께 그때그때 현안에 대응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이었어. 스스로 "어떤 의미로 보면 76일간, 지금도 인수위 활동 중이라는 마음으로 대통령실을 끌고 가면서 쥐어짜고 있다"고 평가하더라고.

-김용범 정책실장은 경제 성장 전략, 국가 인공지능(AI) 전략 등 핵심 정책 발표를 예고하면서 노조법·상법 개정 등 후진국형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작업, 국가균형발전, 순환형 경제 모델 구조 전환 등 큰 줄기의 정책 방향을 설명했어. 질의응답에서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에너지 정책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우상호 수석은 이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 오찬에 대한 브리핑과 기자간담회를 잇따라 진행하면서 정무적인 사안에 대해 주로 언급했어. 먼저 민주당 원로들이 이 대통령에게 전한 한미·한일·남북 등 대외 관계, 검찰개혁에 대한 조언을 전하는 한편 검찰개혁 추진 속도를 두고 불거진 여당 지도부와의 엇박자에 대해서도 해명했어. 공공기관장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맞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입장도 밝혔고.

-위성락 실장은 이번 주말부터 이어지는 일본·미국 정상회담 등 이 대통령 순방 일정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어. 일본 방문을 두고는 지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정상외교에 이어 우리 국익과 국민의 삶을 위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본격화하는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한미 경제·통상의 안정화, 한미 동맹의 현대화, 한미 간 새로운 협력분야 개척을 목표로 꼽았어.

-이번 간담회는 시기적으로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과제 발표와 미일 정상회담 사이에 진행됐어. 이재명정부 5년 국정운영의 큰 그림이 발표되고, 경제·군사 등 다방면에서 긴밀하게 얽혀있는 동맹국들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최고위급 참모들이 직접 나서서 기자들과 소통의 자리를 만든 셈이야. 국정운영에서 소통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기조를 엿볼 수 있었던 한 주였어. 덕분에 각종 현안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미일 정상회담 취재도 준비해야 하는 기자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주를 보냈고.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 총리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부분의 질문에 충실히 답했다. /임영무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 총리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부분의 질문에 충실히 답했다. /임영무 기자

◆김민석 총리 '첫 기자 간담회'…충실한 답변 속 아쉬움?

-김민석 국무총리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지?

-응. 김 총리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가졌어. 이날 기자간담회는 10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김 총리는 5분 정도 일찍 도착했더라고. 김 총리는 "좀 일찍 왔네"라며 머쓱한(?) 표정을 짓고, 기자석으로 내려와 기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권했어. 기자들이 한 명씩 일어나서 악수하자 김 총리는 웃으며 "그냥 앉아 계세요"라고 했지.

-김 총리의 취임 후 기자 간담회는 이번이 처음이었어. 그래서인지 김 총리도 다소 긴장(?)한 듯 "제가 오기 전에 '도대체 총리한테는 어떤 걸 질문하시는 거냐'고 커닝을 좀 하려고 미리 여쭤봤다"며 "정치적인 걸 많이 여쭤보신다고 하시더라. '정치적인 걸 답한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이야기해야 되나' 이러고 왔는데, 편하게 이것저것 말씀 달라"고 웃으며 말했어.

김 총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동맹 현대화에 대한 견해는 밝혔지만, 또 다른 핵심 사안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임영무 기자
김 총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동맹 현대화'에 대한 견해는 밝혔지만, 또 다른 핵심 사안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임영무 기자

-기자 간담회 분위기는 어땠어?

-무난했어. 냉랭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화기애애하지도 않았지. 김 총리는 대부분의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충실히 답했어. 다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질문엔 약간의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지. 김 총리는 "질문을 시작하시면서 '여당 대표 취임 2주 만에'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건 꼭 무슨 인과 관계를 국면과 설정해서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그것은 꼭 맞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거든.

-김 총리는 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해선 "제 개인 생각을 밝히는 건 오늘은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와 관련한 영역은 대통령님께서 정상회담에서 다뤄야 될 영역이기 때문에, 제가 답을 하는 것 자체가 그 의제와 연동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면이 있다"고 선을 그었지. 김 총리는 '동맹 현대화'와 관련해선 견해를 밝혔는데, 또 다른 핵심 사안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관련해선 말을 아껴 아쉬운 면이 없지 않더라고.

국민의힘 일각에서 필리버스터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재석 의원 180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일각에서 필리버스터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재석 의원 180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민주당에 '속수무책'...필리버스터 회의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이른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모두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어. 결국 국민의힘은 저지하지 못했네.

-맞아. 방송 3법을 두고 여당의 방송 장악법이라며 반대해 온 국민의힘은 하나의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때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어. 지난 21일에도 교육방송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진행했어. 최형두 국민의힘은 의원은 무려 반대 토론을 13시간 27분,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10시간 48분 동안 찬성 토론을 했어.

[더팩트ㅣ국회=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김현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가결 후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팩트ㅣ국회=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김현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가결 후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필리버스터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응.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어. 국민의힘은 원치 않더라도 과반 의석이 훌쩍 넘는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 진영이 무제한 토론을 종결시킬 수 있지. 때문에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국민의힘 안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더라. 무제한 토론을 통해 법안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우호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정치적 셈법까지는 이해하면서도 과거처럼 필리버스터가 국민의 큰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거야. 한 보좌관은 "국민적 관심사도 예전만 못하고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라고 했어.

-민주당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축소와 사용자 범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일명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골자로 하는 '2차 상법 개정안'을 각각 23~24일 처리할 방침이야. 국민의힘은 각 법안이 상정되면 무제한 토론에 나설 계획이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계속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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