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민의힘의 새로운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전대)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진영의 권력 구도가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대선 리턴 매치'라고 불릴 정도로 찬탄파(조경태·안철수)와 반탄파(김문수·장동혁) 구도가 선명하게 맞서면서다.
국민의힘은 20일부터 이틀간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해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느 진영의 인물이 사령탑에 오르는지에 따라 대여 투쟁을 비롯해 내년 지방선거 전략 등 당의 정체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여 투쟁의 선명성 등을 고려할 때 반탄파가 승기를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심(當心) 반영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당원 투표 80%와 국민 여론조사 20%를 합산해 최종 당대표를 선출한다. 이에 따라 '반탄', 즉 친윤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쉽게 볼 수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6~18일 3일간 국민의힘 지지층 7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탄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장 후보(35.3%)와 김 후보(33.3%) 1·2위를 다퉜고, 조 후보(10.1%), 안 후보(9.2%)가 그 뒤를 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야당을 겨냥한 전방위적인 특검 수사와 노란봉투법과 같은 쟁점 법안 처리 가속화로 인해 보수가 결집해 '친윤 후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외부 상황 변화로 인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내부 지지층 결속이 더 강화됐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사면 등이 맞물리면서, 선명한 대여 투쟁을 대변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당내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반탄파인 김 후보는 지난 6·3 대선 패장이지만, 투표율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아 당내 인지도나 평판이 높은 편이다. 정권 심판론이 거셌던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표 차이를 최소화하면서 그 존재감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표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와의 격차를 최소화하면서 대선 과정에서의 공을 인정받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를 근소한 표 차이로 앞선 반탄파 장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전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 씨와의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에 당이 도로 '윤 어게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 씨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전한길뉴스 구독자 17만명이 투표한 결과 1위는 장 후보(81%), 2위는 김 후보(14%)였다"며 "투표 결과를 반영해 전한길은 장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당내 개혁파인 조·안 후보가 당선될 경우, 친윤 세력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중도 노선을 통한 외연 확장을 도모할 수 있지만, 인적 청산 등에 있어서 당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세력과 충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전체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자, 조 후보가 24.0%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높은 당심 비중이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실제 당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확률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장동혁 후보가 당선될 시 '윤어게인'의 이미지가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촉진하게 되면 대여 투쟁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할 때 굉장히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수 지지층으로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나 미련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강력한 대여 투쟁의 적임자가 누구냐도 선택의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TK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어느 후보가 당 대표가 되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며 "합의점을 찾아 당을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이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K 지역구를 둔 또 다른 의원은 이날 오후 1시께 "투표가 현재 4분의 1가량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내부에 워낙 변수가 많으니,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설문조사는 무선(100%) RDD 활용 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3.6%다. 국민의힘 지지층 조사(762명)의 경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6P다. 전체 국민 조사(2000명)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