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또 왔나"…이준석, 이춘석 의원실 압색에 화들짝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8.16 00:00 / 수정: 2025.08.20 21:18
영부인 최초 김건희 구속에도 당 일각서 덤덤
'복면' 쓴 권성동, 통일교 골프장에…접대 부인
이춘석 무소속 의원실 압수수색에 이름이 비슷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화들짝 놀랐던 작은 촌극이 발생했다. 사진은 이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5 개혁신당 연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이춘석 무소속 의원실 압수수색에 이름이 비슷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화들짝 놀랐던 작은 촌극이 발생했다. 사진은 이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5 개혁신당 연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한국 정치사에 또다시 부끄러운 역사가 쓰였다. 전직 영부인 최초로 김건희 씨가 구속되면서다. 윤석열·김건희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반 구속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헌정사에 너무 큰 오점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던 김 씨는 마치 말장난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었다'라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특검 수사와 내란 혐의 재판에 불출석하는 윤 전 대통령과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던 김 씨를 바라보는 국민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최강욱·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등을 사면·복권했다. 국민대통합과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공정과 정의를 무너뜨리고, 사법부 권위를 처참히 짓밟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치와 분열의 정치는 곪을 대로 곪은 듯한 모습이다. 급기야 북한도 우리나라를 비난한다. 반복되는 폭우와 폭염으로 국민의 피해와 시름이 깊어지는 요즘, 푹푹 찌는 습한 날씨만이 짜증을 유발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떠들썩했던 이번 주간 정치권에 있었던 일들을 짚어본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 의원과 차 씨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 거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 의원과 차 씨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 거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이춘석? 이준석?'…한 글자 차이로 벌어진 촌극

-경찰이 지난 11일 차명 거래 의혹 혐의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그 소식에 되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당황했다며?

-응. 이름 한 글자 차이로 벌어진 웃기고도 슬픈 해프닝이지. 이 대표는 이전에도 "제가 이춘석 의원이랑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오해를 많이 받았다"며 몇 차례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잖아.

-11일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 대표가 백브리핑 준비 중이던 바로 그때, 경찰이 이춘석 의원실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속보가 나오더라고. 취재진이 "경찰이 이춘석 의원 압수수색에 나섰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이 대표가 머리를 긁적이며 "오, 깜짝 놀랐네 이춘석 의원실?"이라고 웃으며 되물었어. 취재진이 "이춘석 의원"이라고 답하자, 이 대표는 활짝 웃으며 "이준석 의원실...또 왔나(싶었다)"고 말했지.

이춘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이춘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현장에 있던 취재진도 이 대표의 갸우뚱한 반응에 소위 '빵' 터졌어. 이 대표, 아마 이춘석을 이준석으로 잘못 들은 것 같아. 앞서 김건희 특검팀으로부터 두 차례 압수수색을 당한 경험도 있고 해서 더 당황했던 것 같아.

-22대 국회의원만 현재 298명, 전직 국회의원까지 합치면 더 많잖아.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이름이 비슷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꽤 흔한 것 같아.

-맞아.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삭발식 때도 있었어. 김문수 민주당 의원이 삭발식에 나섰는데, 그때는 마침 동명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대선 출마설이 돌던 시기였거든. 그래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참석자:김문수(장관 아님)'이라는 공지가 돌기도 했어. 또, 김 의원은 대선 당시에도 '김 후보로 착각된다'며 지역구에 설치된 현수막을 철거하는 '웃픈'(?) 일도 있었지.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 12일 밤 역대 영부인 최초로 구속됐다. 사진은 김 씨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 12일 밤 역대 영부인 최초로 구속됐다. 사진은 김 씨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초유의 영부인 구속…당 일각서 무덤덤 반응

-지난 12일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전직 영부인 최초로 김건희 씨가 구속됐어.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것도 헌정 사상 처음이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씨는 유례없는 불명예를 안게 됐지.

-역사의 큰 오점으로 남게 될 전무후무한 영부인 구속에 날을 바짝 세운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 지도부는 말을 아겼어. 찬탄(탄핵 찬성), 반탄(탄핵 반대)으로 나뉜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 각각 '정치 보복', '사필귀정'이라는 정반대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내에서 김 씨가 구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야. 일부 국민의힘 보좌진들 사이에서 반클리프 목걸이를 둘러싼 진술 번복과 서희건설 측의 자수서 등이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더라.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예상하고 일찍 잤다는 사람도 있었어. 씁쓸해 하는 반응도 많았고.

-국민의힘 새 당대표가 오는 22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돼. 찬탄파로 분류되는 안철수·조경태 후보와 반탄파로 분류되는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당과 윤 전 대통령 부부 절연 여부는 누가 당권을 쥐느냐에 따라 달렸다는 평가가 많아.

지난 10일 강원 평창군에 있는 통일교 소유 골프장에서 포착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뉴탐사 유튜브 갈무리
지난 10일 강원 평창군에 있는 통일교 소유 골프장에서 포착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뉴탐사 유튜브 갈무리

◆'형이 왜 거기서 나와'…통일교 소유 골프장에 나타난 권성동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골프를 했던 게 왜 이렇게 화제야?

-지난 10일 강원 평창군에 위치한 '용평컨트리클럽'이라는 골프장에 나타난 권 의원이 인터넷 언론 '뉴탐사'에 포착됐어. 이들이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권 의원은 흰색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로 눈, 코, 입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은 채 골프를 치고 있어. 이 모습이 주목받게 된 건 그 골프장이 통일교가 소유한 골프장이라는 점에서야.

-그게 왜 문제야?

-권 의원은 지난 2022년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특검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거든. 권 의원은 지난 2022년 1월 통일교 핵심 간부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같은 해 2·3월엔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찾아 큰절하고 금품이 담긴 쇼핑백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지. 민주당은 이미 이같은 의혹으로 권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야. 논란이 계속되자 일각에선 권 의원이 공개 활동을 일부러 자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어.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 소유의 골프장에 방문하는 영상을 시청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 소유의 골프장에 방문하는 영상을 시청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권 의원의 입장은 뭐야?

-권 의원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어. 골프 모임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사적인 친목 모임이고, 신분 노출을 막으려는 의도도 없었다는 게 권 의원 설명이야. 그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제 몫을 직접 결제했고, 영수증도 제가 보관하고 있다"며 "지난주 내내 의원회관 목욕탕에서 만나놓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라며 잠적설도 일축했어. 권 의원은 14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대선 과정에서 승리를 위해 주요 종단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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