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이재명 정부의 5년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린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두 달 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검찰개혁을 핵심으로 한 권력기관 개혁안을 서두에 배치해 권력구조 개편 의지를 드러내고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기본사회를 전면에 내세워 정책 일관성도 보여줬지만, 정부 조직개편안과 세부 추진과제 로드맵은 발표하지 않으면서 정부 출범과 동시에 활동을 시작한 국정위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위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국가 비전과 3대 국정 원칙, 5대 국정 목표, 123대 국정 과제, 재정투자계획, 입법추진계획으로 구성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1호 국정과제'는 개헌이었다. 이해식 정치행정분과장은 "87년 체제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해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이 만드는 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헌의 구체적인 방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등 권력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 구상을 발표했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과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감사원의 국회 이관도 개헌 공약에 포함됐다.
뒤이어 검찰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권력기관 개혁안'을 전반에 배치했다. 검찰청을 없애고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법무부의 탈검찰화로 법무행정을 정상화해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상대적으로 권한이 강화되는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고,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 뒤를 이었다. 그간 신중한 태도를 보여 온 사법개혁과 관련해서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사법체계 개선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경제 발전 전략으로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AI·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과 에너지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기본사회'를 접목해 'AI 기본사회' 실현 구상도 밝혔다.
바이오헬스·재생에너지 등 국가 핵심산업에 대해서는 '규제 제로화'를 선언했다. AI 고속도로 구축,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첨단전략산업 관련 기업 성장 촉진을 위한 10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도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AI 인재 유출에 대응할 인재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기본사회'는 소득·주거·의료·돌봄 보장을 통해 다각적으로 실현될 계획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강조한 '산재 근절' 방안으로 산재보험 대상 확대와 판정 기간 단축이 언급됐다. 주4일제 도입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로드맵도 국정과제에 담겼다.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 아래 남북관계는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하고,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바꾸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외교안보 분야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날 대국민 보고에서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 분리 등 정부조직 개편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국정위는 그간 정부조직개편 TF를 중심으로 예산과 세제, 경제 정책까지 모두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누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해 금융감독원을 총괄하게 하는 방안과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에서 가져가는 방안을 논의해 왔으나 부처는 물론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위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 기후 부문을 통합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여권 내 비판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규제와 경쟁력 강화 방안이 부딪힐 때 견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 부서 안에서 견제와 촉진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정위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 기후 부문을 통합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정부조직 개편안뿐 아니라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564개의 세부 실천과제 및 이행계획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 모두 향후 발표 일정은 미정인 상태다.
이에 정부 출범과 동시에 활동을 시작한 국정위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도 이날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지난 두 달을 생각해 보면 산비탈로 굴러 내려온 듯한 느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정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TF를 중심으로 정부조직 개편안 논의를 계속해 왔으나 대통령실과 협의가 좀 더 필요해 아직 발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기존에 대통령실에 보고했던 안건들도 최종 과정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정책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거론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오늘 제안한 국정위 안도 수정·보완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앞서 "국정위의 기획안은 정부의 확정된 정책안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국민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얼마든지 수정되거나 더 나은 정책안으로 다듬어나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국정위는 활동 종료 기한인 오는 14일 이후 가칭 '국가미래전략위원회(미래전략위)'로 운영될 예정이다. 미래전략위와 대통령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국정과제 이행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조정·보완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정위에 파견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14일 해단식을 끝으로 기존 부처로 복귀할 예정인 만큼 내부 인선 등 조직 신설 준비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이에 미래전략위 출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통령실이 최종적으로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 시점을 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세부 실천과제의 경우 예산이나 법령 개정이 필요하거나 다부처 협력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짧은 시간 내에 완료되기 어렵다"며 "향후 진행 상황은 대통령실에서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