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오는 25일로 확정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다소 진통 끝에 취임 초 '통과의례'를 치르게 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선 최근 타결된 관세협상의 세부조율이 과제로 꼽힌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인상 문제가 다뤄질지도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2일 밝혔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24일 출국해 26일까지 방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일정은 정상회담과 업무오찬이며, 이번 방미에는 영부인 김혜경 여사도 동행한다.
이번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첫 대면이다. 양국은 지난 6월 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무산됐고, 그 뒤 두 달이 지나 다시 성사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취임한 지 82일 만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통과의례를 치르는 셈이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11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71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처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81일이 걸렸다.
양국은 이번 회담 준비 과정에서 최근 타결한 관세협상을 두고 세부 조율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지난달 31일 자동차를 포함해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조선업 1500억 달러를 비롯해 반도체, 원전, 2차전지, 바이오 등 분야에서 2000억 달러 투자 펀드 등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합의 내용에 포함됐다.
다만 분야별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이 농산물을 완전개방하기로 했다고 표현한 반면 대통령실은 추가 개방은 합의 내용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일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농축산물 시장의 99.7%가 개방돼 있는 상황이고, 나머지 0.3%에 대해 추가 개방은 없다는 우리 측 의견이 맞다"며 "상세품목에서, 검수나 검역 과정 같은 걸 더 쉽게 하는 등 변화는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예로 대통령실은 반도체, 의약품 관세는 추후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된다고 밝혔는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이웃나라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협상을 타결한 뒤 상호관세 적용을 두고 혼선을 겪기도 했다. 당초 일본은 상호관세율 15%에 합의했다는 입장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대통령령과 연방 관보에는 관세 15% 초과 품목 상호관세 면제 특례 적용 국가에 일본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일본 측 각료들이 다시 미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방위비·국방비 인상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 관심사다. 한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평화는 물론 국가 안보와 경제에 모두 걸쳐 있는 현안이기에 관세 못지 않게 민감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에 이어 이번 대선 기간에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공언했다. 이런 기조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것으로,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때는 각 국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해 관철시키기도 했다.
한국은 이번 관세협상 초기에는 통상과 투자, 구매, 안보 등을 한 데 묶은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의 관심에 맞춰 조선업 등 대미 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정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변화하는 국제안보 및 경제환경에 대응해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 구축과 비핵화를 위한 공조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타결된 관세협상을 바탕으로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를 포함한 경제협력과 첨단기술, 핵심광물 등 경제 안보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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