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확성기 철거 뒤 한미훈련 비난…'조건부 대응' 눈길
  • 김정수 기자
  • 입력: 2025.08.12 00:00 / 수정: 2025.08.12 00:00
UFS 비난 수위 완화…훈련 조정 고려했나
정부 "평화 공존 노력 차분히 추진할 것"
대화 재개 위한 징검다리 여부는 '미지수'
북한이 정부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대남 확성기 철거로 호응했지만, 곧바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고 나섰다. 다만 조건부 대응을 시사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는 관측이다. 사진은 지난 6월 12일 북한의 대남 방송이 중단된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일대 모습. /남용희 기자
북한이 정부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대남 확성기 철거로 호응했지만, 곧바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고 나섰다. 다만 '조건부 대응'을 시사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는 관측이다. 사진은 지난 6월 12일 북한의 대남 방송이 중단된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일대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북한이 정부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대남 확성기 철거로 호응했지만, 이틀 만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고 나섰다. 다만 훈련 일정이 일부 조정된 점을 고려한 듯 '조건부 대응'을 언급했고 비난 수위도 완화했다. 정부는 예상된 반응이었다는 분위기 속에서 대북 유화책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11일 통일부는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실시를 비난한 데 대해 "표현 수위는 조절하며 비교적 절제된 어조를 사용했다"며 "군사적 위협보다는 입장 표명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노광철 국방상의 '미한의 적대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전 이익을 수호하는 것은 공화국 무력의 절대사명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전했다. 담화 내용은 다음 주 실시될 UFS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다만 정부 설명대로 최근 2년간 북한의 반응과는 차이를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23년 한미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 당시 '총참모부 보도'와 지난해 UFS 및 한미연합상륙훈련(쌍룡훈련) 당시 '국방성 공보실장 담화'를 통해 "침략적 전쟁 연습"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반면 노 국방상 담화에서는 "군사적 도발" "전쟁연습 소동" 등에 그쳤다. 발화 주체도 우리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국방상으로 그 격이 높아졌다. 노 국방상 담화에는 "도발 행위에 자위권 차원의 주권적 권리를 엄격 행사하겠다"는 입장이 담겼지만 "계선을 넘어서는"이라는 전제가 붙었다.

이른바 '조건부 대응'은 이번 UFS 훈련 일부가 조정된 데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미 양국은 UFS의 핵심 훈련 중 하나인 야외기동훈련(FTX) 40여 건 중 20여 건을 내달로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UFS 일부 훈련 조정을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를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계선을 넘어서 등) 담화 전반적인 문맥을 살펴볼 때 조건부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며 "미 전략자산의 전개, 참수 작전, 평양 수복 등과 같은 민감한 부분에 손을 대거나 대량응징보복 훈련에만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은 하계 훈련 기간(7~9월)을 명분으로 종합 화력 시범 등을 실시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통상적 수준의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제한된 비난'에 정부는 다소 고무된 분위기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북한의 대남 확성기 철거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대해 북한이 신속하게 대남 확성기 철거에 나선 데 대해 평가한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주도적 조치들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5일 정부의 대북 확성기 철거 조치에 지난 9일 대남 확성기 철거로 호응한 바 있다. 북한은 우리 군 당국이 지난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뒤 하루 만에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추기도 했다.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큰 틀에서 북한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반응이 감지되면서 정부도 유화책 전개에 설득력을 얻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의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가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고, 지난달 28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 총장은 "북한은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강조하고, 우리 정부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 달리 보고 있다"며 "과거 정치적·군사적 의제를 다뤘던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등은 현재로선 불가능하기에 대화 재개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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