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로 돌아온 조국…민주당에 '양날의 검' 될까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5.08.12 00:00 / 수정: 2025.08.12 00:00
지지층 결속 속 선거·의제 주도권 경쟁 불가피
차기 구도·내로남불 논란, 정치적 부담도 상존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포함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이의 협력과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조 전 대표를 예방한 모습. /뉴시스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포함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이의 '협력과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조 전 대표를 예방한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포함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이의 '협력과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두 당은 핵심 지지층을 공유하는 형제정당이지만, 조 전 대표의 정계 복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경쟁과 개혁 의제 주도권을 둘러싼 미묘한 힘겨루기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대선 과정에서 진 정치적 채무를 이행한 성격이 강하며, 동시에 '내로남불' 공세라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오후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조 전 대표를 포함한 83만6687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기로 했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왔지만, 사면·복권이 확정되면서 풀려나게 됐다. 지난해 12월 수감된 지 8개월 만이다.

이번 결정은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혁신당의 지원에 대한 '정치적 채무'를 갚는 성격이 짙다. 지난해 총선에서 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내세우며 민주당과 함께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피며 범여권의 압승에 기여했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도 후보를 내지 않고 '정권 교체'라는 대의 아래 이재명 당시 후보를 지지했다.

이번 사면복권은 조 전 대표를 향한 지지층의 결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의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은 총선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온 곳이다. 조 전 대표의 복권으로 혁신당의 구심력이 더욱 강해지면서 민주당은 지선에서 호남 지역의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조 전 대표의 정계 복귀는 민주당에 정치적 영향력 분산이라는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검찰개혁의 상징이었던 그는 사면 이후 개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가 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조 전 대표의 정계 복귀는 민주당에 '정치적 영향력 분산'이라는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검찰개혁의 상징이었던 그는 사면 이후 개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가 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조 전 대표의 정계 복귀는 민주당에 '정치적 영향력 분산'이라는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검찰개혁의 상징이었던 그는 사면 이후 개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민주당이 그간 선점해 온 의제의 중심이 당에서 조 전 대표 개인으로 이동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의 차기 주자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조 전 대표는 자연스럽게 대권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다. 유력 주자의 등장은 혁신당으로의 지지층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준형 혁신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 전 대표의 선거 출마 관련 질문에 "(지방선거나 재보궐 선거나) 어느 쪽이든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왕진 원내대표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 전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보도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당내에서 논의한 바는 없다"면서도 "지선은 진보개혁 진영 전반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지 않나. 큰 틀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을 잡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에서 어떤 것이든 열어놓고 논의는 해야 된다"라고 덧붙였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조 전 대표는 팬덤이 있는 사람이다. 민주당에서 조 전 대표만 한 인지도를 가진 사람이 현재는 없어 보인다"며 "민주당에선 혁신당에 대한 부채 의식이 청산됐다고 생각할 텐데 이제는 경쟁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권까지 가는 길에 조 전 대표는 확실한 상수가 됐기 때문에 민주당은 그런 부분을 신경을 안 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공세라는 부담을 민주당에 안겨주고 있기도 하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특사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강한 비판의 어조를 보여왔다. 이러한 과거 입장은 현재 이 대통령의 결정과 대치되며 '선택적 정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의 차기 주자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조 전 대표는 자연스럽게 대권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다. 유력 주자의 등장은 혁신당으로의 지지층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5일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을 예방해 인사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특히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의 차기 주자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조 전 대표는 자연스럽게 대권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다. 유력 주자의 등장은 혁신당으로의 지지층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5일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을 예방해 인사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면이 불가피했다는 시각이 많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조 전 대표는 검찰 탄압의 상징처럼 돼 있고, 내란으로 윤석열의 시대를 종지부를 찍는 마당에 논리적으로 당연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민주당에)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셈법으로 따질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조 전 대표는 입시비리, 감찰무마로 유죄가 확정된 권력형 범죄자로 우리 사회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무너뜨리면서 청년들에게 커다란 박탈감을 안겼고, 최악의 국론 분열을 야기했다"며 "파렴치범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국론 분열의 씨앗이 되는 사면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순국선열을 정면으로 모독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정치적 파장은 이미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4~8일 전국 성인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6.5%로 집권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 대비 긍정 응답은 6.8%P가 하락했고, 부정 응답은 38.2%로 6.8%P가 올랐다. 이춘석 의원 주식거래 사태와 함께 조 전 대표 사면 논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리얼미터는 분석했다. 조사는 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조 전 대표 복귀의 정치적 파급이 민주당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종훈 평론가는 "친문계와 혁신당을 포함해 세력화가 진행되면서 내년 지선에서 위협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풀어준 걸로 봐야 한다. 호남에서도 내년 지선까지는 이재명 정부를 밀어주겠다는 여론이 더 클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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