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전한길 리스크'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체를 집어삼키자 당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당 지도부가 전한길 씨에 대한 강력 대응을 예고했지만 전 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일부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도 여전히 그를 감싸면서 '이미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 연설 도중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했던 전씨의 행위를 심각한 해당 행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씨가 당 전당대회 국면에 영향력을 끼치는 모든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전씨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와 별개로 당 지도부 차원에서 전당대회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지난 대북·경북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전씨는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인 야유와 고함을 공공연히 선동했단 점에서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된다"라며 "합동연설회장에 언론 취재 비표를 받고 들어와서 취재의 목적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행사장의 질서를 어지럽힌 것도 엄격히 금지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약 한 달 전 전 씨의 입당 소식이 알려지자 "한 개인의 입당에 호들갑 떨 것 없다. 국민의힘의 자정능력을 믿어달라"던 송 위원장이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선 건 '혁신 전당대회'라는 목표와 다르게 구도 자체가 전 씨 중심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당대표 후보는 물론 최고위원 후보들까지 전 씨 방송에 출연해 당심에 호소하는 편을 택하면서다.
당 윤리위도 전 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징계 여부 및 수위 결정은 오는 14일로 미뤄졌지만 당 지도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한 만큼 최고 수위인 제명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원장이 아닌 위원 개인 의견으로 (전 씨 징계 사안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도부가 전 씨에게 공식적으로 경고를 한 이날조차 최고위원 후보 절반은 친길(친전한길) 경쟁을 벌였다.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는 전 씨 등이 주최한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서 "전당대회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일종의 보복 조치인 것이 아닌가"라며 "전 씨에 대해 징계 중단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태우 후보도 "전 씨가 적절한 정도의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방청객들의 호응이 컸던 것"이라고 옹호했다.
전 씨는 이를 의식한 듯 오히려 기세등등한 행보를 보였다. 전 씨는 이날 당사를 찾아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히려 저를 저격하고 공격한 자가 누구인가. 바로 김근식 후보 아닌가"라며 "김 후보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고 피해자인 전한길에 대해서만 신속히 제재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 후보도 사퇴하고 빠른 제재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전 씨 관련 논란을 두고 "불쾌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3선 신성범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 씨를 겨냥해 "입당한 지 얼마 안 된 분이 와서 당의 위상과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제3자가 보기에 '왜 저러나' 생각을 갖게 만드는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전 씨 입당 직후 출당 요구가 거세게 일었을 때 당 지도부가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뒤늦게 나선 '선 긋기'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지금까지 전 씨와 후보자들에게 판을 다 깔아주고 할 만큼 하고 나니 나선 면피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전당대회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참 안타깝다"라며 "우리 당에게 굉장히 중요한 전당대회인 만큼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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