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고리로 '이춘석 게이트'를 넘어 '이재명 정권 게이트'로 확대해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당내 또다시 드리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의 그림자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에 대한 의혹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권력형 금융범죄'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의원이 AI(인공지능) 산업을 총괄하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이었던 만큼 국정위 전체가 내부 미공개 정보를 악용해 시세 차익을 누렸을 가능성을 띄우면서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제는 이 의원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만약 여러 국정위 관계자들이 본인의 시세차익을 위해서 'AI 국가대표 프로젝트'라는 정책 수립에 관여했다면 이것은 조직적인 주가 조작범죄라고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특별검사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차명재산 조사도 제안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도 기대감이 크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의 공세가 효과를 보진 못할 것"이라며 "과거를 철저하게 정리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전까지는 안타깝지만 아무리 옳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탄핵의 늪'에 갇혀 있다. 새로운 당대표를 뽑는 8·22 전당대회는 반탄(탄핵 반대) 대 찬탄(탄핵 찬성) 구도로 짜였고 당권주자들은 때아닌 윤 전 대통령 입당 문제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반탄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의 입당이 문제없다고 하자 찬탄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뿐만 아니라 당이 극우 성향의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에게 휘둘리는 모양새까지 돼 버렸다. 이날 대구에서 열린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 '전한길뉴스' 발행인 자격으로 참석한 전 씨는 찬탄파 후보들이 연단에 서면 "배신자"라고 외쳤다. 찬탄파 후보의 지지자들이 전 씨를 향해 물병을 던지며 당내 분열상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 와중에 국민의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세다. 이 의원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조차 정부·여당의 대형 악재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6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지난 주보다 1%p 하락한 16%로, 또 한 번 최저치를 경신했다.
엄경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이 의원 의혹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사면 논란보다는 국민의힘의 전한길·윤석열 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국 반전을 노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콘크리트 지배층까지 붕괴됐다는 것은 정당의 기능, 즉 메신저로서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단호히 선을 긋는 입장이다. 송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에 윤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없다"라며 "이미 탈당하신 분이고 당과 관련이 없는 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토론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포함된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로, 응답률은 14.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su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