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이춘석 사태'…민주당의 혹독한 여름나기
  • 김정수 기자
  • 입력: 2025.08.09 00:00 / 수정: 2025.08.09 00:00
정청래호 출범 직후 '초대형 악재' 터져
국민의힘 '러닝메이트 금지' 실효성 뒷말
더불어민주당이 이춘석 사태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민주당은 탈당한 이춘석 의원을 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사진(왼쪽)은 지난 5일 <더팩트>에 포착된 이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 장면. /남윤호·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춘석 사태'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민주당은 탈당한 이춘석 의원을 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사진(왼쪽)은 지난 5일 <더팩트>에 포착된 이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 장면. /남윤호·배정한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입추(立秋)가 무색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광복절까지는 늦은 장마가 이어진다고 한다. 폭염과 호우 속 여름나기가 여간 만만치 않다. 정치권도 혹독한 여름을 관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청래호 출항과 함께 개혁을 예고했지만 '이춘석 사태'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4선 국회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이라는 점에서 국민이 받은 충격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청산'을 선언했다. 러닝메이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인데 실효성을 두고 말들이 나온다. 개혁신당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준석호를 띄우자마자 특검 압수수색 여파에 홍역을 치르고 있어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새로 장만한 듯하다. 저 멀리 북쪽에서는 스티로폼을 몸에 묶은 남성이 바다를 건너 자유의 땅으로 내려왔다.

이춘석 무소속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의 보좌관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이춘석 무소속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의 보좌관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가짜뉴스인 줄 알았더니…" 이춘석 사태에 '멘붕' 온 민주당 최고위

-이른바 '이춘석 사태'가 불거진 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멘붕'을 겪었다고 하던데.

-맞아. 이춘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관 명의의 주식 계좌로 종목을 실시간 거래한 모습을 포착해 <더팩트>가 단독 보도한 5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당대표실 앞에 속속 모인 민주당 지도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어.

-한 취재진이 보도된 이 의원의 사진을 보여주자, 원내대표실로 향하던 김병기 원내대표는 "에휴"라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어. 정청래 대표는 말없이 당대표실로 들어갔고, 뒤이어 들어가던 김 원내대표는 "가짜뉴스인 줄 알았더니 진짜였네"라고 말했어.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7일 이 의원과 관련해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 사유가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리심판원은 이 의원을 포함해 계좌 명의자였던 보좌관도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박헌우 기자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7일 이 의원과 관련해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 사유가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리심판원은 이 의원을 포함해 계좌 명의자였던 보좌관도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박헌우 기자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 의원이) 보좌진 핸드폰을 실수로 가져갔다고 하던데 아직 의혹일 뿐 확실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가, 지난해 10월에도 이 의원이 국정감사 도중 보좌관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던 모습이 보도된 사진을 보자 "쉴드(방어)가 어렵겠네"라고 한발 물러섰어.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아이고"라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어. 김 원내대표는 다음 날 오전에도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의 인사에 "안녕하지 못하다"며 무거운 심경을 드러냈어.

-민주당 지도부의 혼란이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듯했지만, 정 대표는 6일 곧바로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조치를 예고하며 수습에 나섰어.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이 의원이 자진 탈당했음에도 제명 절차까지 속전속결을 밟은 거야.

-다음 날인 7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 의원의 행위가 제명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징계사유 확인 결정문을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 통지하기로 했어. 이 의원이 향후 복당을 시도하더라도 '제명 사유 해당' 기록이 남는 만큼 사실상 복당 가능성까지 차단한 셈이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박찬대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을 핵심 당직에 인선했다. 정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박찬대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을 핵심 당직에 인선했다. 정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사실 박찬대 지지했는데…" 정청래표 인선에 뒤끝은 없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벌써 취임 일주일이 됐네.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했는데 발표 현장이 꽤 유쾌했대.

-맞아. 지난 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임 당직자들이 돌아가며 인사를 했거든? 근데 인사말보다 더 강렬했던 건 '자백 릴레이'였어.

-먼저 유동수 신임 경제수석부의장이 "대표님은 정말 탕평책을 쓰신 것 같다"며 "저는 공개적으로 박찬대 의원을 지지했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하더라고.

-그러자 이해식 전략기획위원장도 거들었지. "저도 대표님을 지지하진 않았는데 임명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지. 여기까진 흔한 인사말이었는데, 다음 멘트가 하이라이트였어. "제 집사람은 대표님을 찍었다는 것을 안내 말씀드린다"고 했더라.

박찬대 후보를 지지했던 이해식 전략기획위원장이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님을 지지하진 않았는데 임명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제 집사람은 대표님을 찍었다는 것을 안내 말씀드린다고 말하자 회의장에선 웃음이 터졌다.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갈무리
박찬대 후보를 지지했던 이해식 전략기획위원장이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님을 지지하진 않았는데 임명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제 집사람은 대표님을 찍었다는 것을 안내 말씀드린다"고 말하자 회의장에선 웃음이 터졌다.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갈무리

-아내를 살짝 방패(?) 삼은 이 위원장의 말에 회의장은 웃음바다가 됐어. 정 대표도 '빵' 터지더라고.

-보통 대표가 바뀌면 줄 잘못 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리는 게 정치판 생리잖아. 그런데 이번 인선은 좀 다르단 평가야.

-이같은 행보는 정 대표가 전당대회 직후 수락 연설에서 밝힌 메시지와도 연결돼. 정 대표는 "정청래와 박찬대는 안 헤어질 결심을 여러 차례 했다"며 "박찬대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거든.

-그 다짐처럼 이번 인선엔 '내 사람 챙기기' 대신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기'가 더 강하게 반영된 셈이야.

-정치판에선 보기 드문 '뒤끝 없음' 같아. 정청래표 인사가 앞으로도 이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초반부터 꽤 흥미로운 시작이야.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러닝메이트 금지를 공식화했지만 실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김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러닝메이트 금지'를 공식화했지만 실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김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분명 금지했는데…국민의힘 러닝메이트 주의보

-국민의힘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러닝메이트'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잘 지켜지고 있어?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관행으로 자리 잡은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 간 협력을 불허해 '계파 갈등'의 뿌리를 뽑겠다는 나섰지만 잘 지켜지고 있지 않아. 사실 '러닝메이트 금지'를 공식화했을 때부터 이를 막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는데 그 말이 맞았던 거지.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 모두 러닝메이트제를 통해 얻을 게 있거든. 당대표 후보자는 미리 '내 편'을 만들어 향후 당권을 잡게 되면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할 수 있지. 최고위원 후보자의 경우 유력 인사와의 연대로 부족한 인지도나 지지세를 보완할 수 있거든.

-러닝메이트 선거전을 벌인다고 볼만한 일이 있었어?

-이게 참 애매하긴 한데, 일부 최고위원 후보들이 특정 당대표 후보와 일정을 같이 다니면서 말들이 나왔어. 지난 5일 김문수 당대표 후보는 국민의힘 부산시당 당사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김재원·손범규 후보도 함께했어.

김 후보는 지난 5일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 찾아 당원들과 만났다.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김재원·손범규 후보도 함께했다. /뉴시스
김 후보는 지난 5일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 찾아 당원들과 만났다.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김재원·손범규 후보도 함께했다. /뉴시스

-김 후보 발언 이후 마이크를 넘겨받은 손 후보는 "김문수 후보 모시고 승리하는 국민의힘 만들겠다"고 발언했어. 김 후보도 "이번 선거에서 김 후보는 당대표로, 저는 최고위원으로 만들어주시면 이재명 대통령은 김 후보가 상대하고 저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상대하겠다"고 말했어. 사실상 김 후보와의 연대를 부각해 당심에 호소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어 보여.

-선관위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어?

-본경선이 본격화한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어. 여러 제보를 받은 선관위는 지난 7일 각 후보자 대리인이 모인 자리에서 규칙을 지켜달라고 전달하기도 했어. 다음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선관위 차원에서 제재하겠다고 경고한 거야. 선관위에서 할 수 있는 제제로는 △주의 및 시정명령 △경고 △윤리위원회 회부 등이 있어. 경고를 받으면 다음 토론회를 한 번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선관위 관계자는 <더팩트>에 "각 시도당에도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가 같이 찾아오는 것은 괜찮지만 같이 사진을 찍는 건 하지 말아 달라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계속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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