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어느덧 1년이 조금 넘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쌓으며 치열하게 살아온 이들이 정치라는 낯선 공간에 발을 들인지도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여야 극한 대치와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까지. 그 어느 때보다 격동의 정치를 지나온 지난 시간 속 초선 의원들은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정치라는 역할에 대한 고민을 [초선의 1년]에 진솔하게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정치에도 옳고 그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칠판 앞에서 학생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치던 교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옳은 결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국회의원이 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의 이야기다. 교육 현장에서 국회로 자리를 옮긴 그의 목표는 명확했다. 현장에서 경험한 '교권 추락'의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을 하겠다는 것.
하지만 정 의원 앞에 놓인 초선의 길은 쉽지 않았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비상계엄, 탄핵,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격랑 속에서 정 의원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고, 자신의 기준을 지켜내는 싸움을 해야만 했다.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그는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내린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며 "탄핵을 두고 당이 찬반으로 나뉘며 극심한 분열이 있는 와중에 저는 '당이 어떻게 가야 할지' 미래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앞으로도 '옳고 그름'을 우선 가치로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건 여러 가치 중 옳고 그름을 저 아래로 내려버렸기 때문이다"라며 "타협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그 타협의 기준이 옳고 그름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22대 국회 개원 이후 초선 의원으로서 다사다난한 1년을 보낸 소감은.
22대 국회의원들 공통으로 12·3 비상계엄이란 매우 큰 일을 겪었다. 의정 활동을 하면서 초선 첫해에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도 참 불행이 아닌가 싶다.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으로 인해 의정활동이 계획과는 완전히 다르게 전개됐을 것이다. 저도 처음 국회에 들어와 교육 전문가로서 관련 입법을 열심히 했고, 이를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 조직 부총장으로서 당 조직을 개선하고자 했지만 계획했던 것들이 계엄으로 인해 다 무너졌다. 나의 소신과 계획이 쓰나미 같은 정치 상황에 쓸려가듯이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계엄과 탄핵 국면을 돌아봤을 때 후회되는 점이 있나.
후회되는 행동과 선택은 없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는 건 너무 중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당이 찬반으로 나뉘며 극심한 분열이 있는 와중에도 저는 '당이 어떻게 가야 할지' 미래를 말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에서 그를 호위하기 위해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어떻게 보면 쫓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제 판단이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방향과 같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초선 의원으로 당에 아쉬웠던 점이 있나.
존경할 만한 중진이 잘 안 보인다. 특히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내가 경험해보니 이게 맞으니까 따라오면 된다'는 경우가 많았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길들이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로 인해 우리 당 초선 의원들이 위축됐고, 현재 당에 목소리를 내는 초선이 거의 없다.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고 반성하자고 외치면 내부 총질이라고 한다. 내부 총질이 아니다. 잘못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내버려 두면 버젓이 그 사람들이 살아남아서 계속 정치할 것이고, 다음에도 그런 사람이 또 나올 것 아닌가. 똘똘 뭉치자고 하는데 그럴 수 있는 명분이 없는데 어떻게 뭉치나. 되려 당이 이처럼 어려울 때 중진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초등교사부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까지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교육에 대한 어떤 철학과 생각을 갖고 국회에 입성했나.
교육 현장에 필요한 입법을 하자는 마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교육부와 교육단체, 교육 기관이 학교 현장과 괴리되지 않게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하자는 마음이었다. 교권 문제의 심각성은 알았지만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학교 현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일상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만약 숙제를 안 하는 학생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또는 학생끼리 싸우는 것을 물리적으로 말렸다고 해서 아동학대가 되면 교육이 되겠나. '교권이 회복되지 않으면 교육은 없다'고 생각했다.
-교육가 정성국과 정치인 정성국의 철학이 달라졌나.
달라진 건 없지만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교육자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옳고 그름'이다. 올바른 행동인지 올바르지 않은 행동인지 가르쳐 바른 길로 인도한다. 그런데 정치권에 오니 옳고 그름의 가치는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옳지 않은데도 억지 논리를 내세워서 방어한다. '당신이 나보다 더 잘못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상대와 비교해 방어하기도 한다.
계엄 당시 중진의원들에게 '옳고 그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권한을 이용해 위법적 계엄을 한 것은 잘못이 아니냐'고 많이 물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식으로 방어하는 것은 옳고 그름에서 벗어난 영역이다. 물론 우리의 진영과 논리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옳고 그름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내세울 수는 없지 않은가.
정치가 왜 신뢰를 못 얻나. 여러 가치 중 옳고 그름을 저 아래로 내려버렸기 때문이다. 교육가로서 살아온 정성국이 정치인 정성국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은 지점이다. 타협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그 타협의 기준도 옳고 그름을 넘어서서는 안 되겠다는 게 제 생각이다.
-교권 보호를 위해 어떤 의정활동을 했나.
1호 법안으로 '아동복지법 개정'을 발의했지만 현재 계류 상태다. 아동복지법에는 '정당한 교육 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교원 지위법, 교육 기본법 등 여러 교육 관련 법 안에는 해당 구절이 들어가 있지만 모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동복지법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개정된 교권 5법이 통과됐지만 그 반대편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아동복지법에는 해당 구절이 없으니까 완전한 교권 회복이 됐다고 볼 수 없다. 사실상 학교 현장에선 아동학대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가 여전히 남아있다.
통과시킨 법 중에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이 있다. 교사가 학생들과 현장체험학습을 갔을 때 불의의 일들이 벌어질 경우 교사에게 고의가 없고 불가항력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사고에 대해서만큼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안이다. 이 외에도 제가 발의한 교육 관련 법안 중 통과된 안건은 7~8건 정도 된다.
-소수 야당으로서 여대야소 정국을 타개할 방법은 뭐라고 보는지.
-첫째는 계엄과 탄핵, 후보 강제 교체에 대한 반성이다.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다음 변화와 쇄신을 통해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반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안 돌아온다. 예를 들어 어떤 팀의 성적이 부진해서 팬들의 질타를 받을 때 선수들은 떠나지 않고, 감독과 코치가 떠난다. 당도 지나치게 범위를 확대해 어떤 행동 또는 발언 하나를 문제 삼아 그 사람을 쇄신의 대상으로 삼는 것보다는 명확하게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 우리 당엔 지금까지 책임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 상황에선 미래를 제시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떤 의정활동에 초점을 두실 건지.
-국민의힘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중 정당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지금 당의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 한 명의 의원이지만 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의원들과 공유해 분위기를 만들어가면서 당내 머뭇거리는 의원들에게도 함께 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계파'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정치의 뜻을 이루려면 동지가 있어야 한다. 나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무조건 분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됐다. 한동훈 전 대표도 우리 당의 소중한 자원 아니겠나. 한 전 대표와 함께 세력을 만들고, 그 세력이 우리 당과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다면 우리 당내 또다른 세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당이 쇄신과 변화로 가는 데 있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