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당한 이준석…개혁신당, 왜 고립됐나
  • 서다빈 기자
  • 입력: 2025.08.07 00:00 / 수정: 2025.08.07 00:00
정청래 예방 생략에 당혹…민주 "특검 수사 대상 제외"
진보·보수 모두와 멀어진 개혁신당 독자노선 기회 될까
개혁신당이 정치적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며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개혁신당이 정치적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며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개혁신당이 정치적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는 전날 원내 정당 예방에 나섰지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일정에서 제외됐다.

앞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 세력과는 악수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국민의힘 예방 생략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다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만남까지 패싱한 것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개혁신당은 내란, 계엄, 탄핵 등 주요 쟁점에서 국민의힘과는 다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대표가 김건희 특검팀으로부터 두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지만, 이는 내란과 무관한 2022년 보궐 선거 공천 개입과 관련된 사안이다.

실제로 개혁신당은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에 모두 찬성했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도 촉구한 개혁신당으로서는, 이번 결정을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당 내부에서도 예고 없는 패싱에 불쾌함을 내비쳤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날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정 대표로부터 (예방 관련) 연락이 전혀 없었다. 국민의힘을 안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개혁신당에 안 오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면서 "황당해서 실무진이 연락을 해서 물어봤더니 그쪽에서 '정치적 이유로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개딸들의 지지를 얻어서 싸우는 당대표가 되는 게 자기한테는 이익일지 몰라도 이거 대한민국 정치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정말 기존에 몇 안 되게 남아 있는 좋은 관례들을 다 부숴버리게 되면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가 더 엉망으로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관계자 역시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측에서) 별도의 얘기는 없었다. 당황스럽고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김건희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예방 제외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지난달 2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새롬 기자
민주당은 이 대표가 김건희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예방 제외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지난달 2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새롬 기자

민주당은 이 대표가 김건희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예방 제외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단, 개혁신당도 지금 현재 특검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이 있어서 (예방) 일정이 잡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군소정당들 간의 연대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진보개혁 5당이 참여한 야당 원탁회의에도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대선 연대에는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처럼 개혁신당은 민주당, 군소정당들과의 연결고리도 잃었고,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도 계엄 이후 협력의 여지를 닫아버린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 계신 분들은 계엄 국면에서도 그렇고 그전에 지난 총선 국면에서도 그렇고 충분히 새로운 움직임을 할 수 있는 타이밍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다 이제 지나쳐 버린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어떤 새로운 행동이나 용기 있는 행동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개혁신당은 여야 모두와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고립이 위기인 동시에, 독자 노선을 공고히 하며 제3지대의 상징성을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평론가는 통화에서 "개혁신당이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지금은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조경태나 안철수가 승리한다면, 보수 재건의 과정에서 개혁신당이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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