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8·15 광복절을 앞두고 정치권 인사들의 사면론이 분출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일부 친문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사면 뿐 아니라 다른 여권 인사들에 대한 사면도 전혀 거론하지 않고 거리두기에 나선 가운데, 정청래 대표가 5일 '침묵'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심 이반 우려를 감안해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신중론으로도 읽힌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조 전 대표의 사면론에 대해 "제가 개인이 아니고 당대표이지 않느냐"며 "저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때로는 침묵이 금일 때가 있다"며 "누군가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자꾸 말하고 다니면 대통령의 결단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을 만나서도 "혁신당 의원들께서 개인적으로 저에게 조 전 대표 사면 문제를 얘기하길래 제가 개인의 몸이 아닌 당 대표라 말하기 적절치 않다고 해왔다"며 "대통령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거니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조 전 대표 뿐 아니라 민주당 당대표를 지낸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다른 여권 인사들에 대한 사면론에도 일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조국 사면론'을 거세게 비판해온 야권이 보수 진영 인사 4명의 사면·복권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민주당은 이에 대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배우자 김모 씨와 정찬민·홍문종·심학봉 전 의원 등 4명의 사면·복권을 요청했다.
사면 확정 전까지 여당 내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 속 정 대표가 이날 '침묵' 기조를 분명히 하며 당내 혼선을 막기 위한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다른 의원들도 관련 언급을 더욱 자제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면과 관련한 당내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직접 들은 바도 없다"고 일축했다.
정쟁 비화를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도 나왔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우리가 (사면을) 이야기하는 순간 바로 정치 쟁점화 되는 것"이라며 "그럼 될 것도 안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중도층 등 민심 이탈 우려를 견지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자는 전략적 신중론으로도 읽힌다.
정청래 지도부가 '내란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사면 논의에 힘을 싣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내란 심판을 내걸고 3대 특검이 한창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 인사 사면을 거론하는 순간 모든 이슈가 묻히고, 특검 추진 동력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며 "이는 내란 척결 기조 자체와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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