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한미 양국은 기존 25%인 상호관세율을 일본과 유럽연합(EU) 수준인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말을 아꼈던 대통령실은 타결 이후 협상장 분위기까지 전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의 평가도 엇갈렸다. 민주당은 "국익을 지킨 실용외교"라며 환영했지만, 국민의힘은 천문학적 금액의 대미 투자를 이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른바 '하남자' 다툼이 벌어졌다.
-3대 특검은 일부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주간 정치권에 있었던 일들을 짚어본다.

◆'전략적 침묵' 지키던 李 대통령·참모…타결되자 '술술'
-국민적 관심사였던 한미 관세협상이 드디어 타결됐어. 쉽지 않은 현안을 해결했으니 대통령실도 들썩였을 것 같은데.
-맞아. 이재명 대통령도, 참모진도, 기자들도 일단 후련하다는 감정이 먼저 든 것 같아. 당장 협상 내용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갈리기도 하지만 여러 악조건 속에서 시한을 넘기지 않고 결과를 낸 것 자체가 빅이벤트였으니까. 이 대통령은 SNS에 "큰 고비를 넘었다"고 표현했고, 브리핑 등을 통해 기자들을 만난 참모진들도 무거운 짐을 덜어낸 기색이었어.
-이렇게 확 바뀐 분위기는 협상이 타결되기 전과 후의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어. 첫 브리핑에 나선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층 밝아진 표정이었고, 중간중간 농담을 던지는 모습도 보였어. 협상 과정 혹은 결과를 두고 만족과 아쉬움 등 다양한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농산물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는 "정치 지도자의 표현이다" "(내용을) 정정해 주시겠나. (이미) 올리셨는데"라고 웃으며 답했어. 자동차 관세율이 15%로 결정돼 일본, 유럽연합(EU)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여러 번 "아쉽다"고 인정하면서 우리 측에서는 끝까지 12.5%를 주장했지만 미국 측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협상 과정을 소개했지. 쌀 시장 개방을 두고 고성이 오갔다는 협상장 분위기도 전했어.

-이런 대응은 타결 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어. 대통령실은 그간 협상 과정에서는 국내외 언론과 정관계 등 곳곳에서 제기된 수많은 의문과 쟁점에 대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 정도의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어. 또 기자들에게는 구체적인 협상 조건 등 내용이 알려지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취재와 보도에 유념해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기도 했어.
-이는 외교통상 분야 특유의 '전략적 침묵'이었어. 사실 참모진뿐 아니라 이 대통령도 다른 사회·경제 분야 현안에는 즉각 회의를 소집하며 대응하던 모습과 달리 이번 협상에 대해서는 행보나 지시사항 등을 극히 제한적으로만 공개했어.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
-이렇게 침묵을 지키던 이 대통령은 타결되고 나서야 속내를 털어놨어. 타결 당일 고위공직자 특강에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제가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가마니인 줄 알더라"고 농담을 건네며 "말을 하면 악영향을 주니까 말을 안 한 것"이라고 해명(?)했어. 또 "이가 흔들렸다" "오리가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물 위에선) 우아한 자태로 있지만 물밑에선 얼마나 생난리인가"라고 그간의 부담감을 표현했어.

◆부메랑 된 젓가락…이준석 체포동의안 기다리는 與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김건희 특검에 압수수색까지 당했잖아.
-맞아. 지난달 28일 이 대표의 서울 노원구 상계동, 경기 화성 동탄의 자택에 이어 같은 달 30일엔 의원회관 국회의원 사무실을 다시 압수수색 했더라고. 특검의 수사 기세가 심상치 않아. 핵심 인물인 윤상현 의원이나 이준석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더라고.
-만일 영장이 청구되면 국회의원이라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와야 하잖아? 민주당은 다수당이라서 사실상 표결 향방을 쥐고 있는 셈인데. 분위기 보니까 '망설임 없이 간다'라는 기류가 팍팍 흐르더라고.
-정청래 당대표 후보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기사 제목을 공유하면서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전광석화처럼 처리할 것이다. 가결로"라는 글을 남겼더라고.

-정 후보는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만약에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이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거는 즉시 처리"라며 "바로 처리해 줘야 된다고 본다"고 단언했더라.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억울한 체포동의안도 가결시키지 않았나.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라고 했지.
-박찬대 후보도 같은 방송에서 "당연히 즉각 처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준석 의원이 계속 직접적으로 언급까지 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더라고. 박범계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현역 의원 중 누군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 "원칙대로 가야 된다"고 했지.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이런 기류가 지난 5월 27일 대선 TV토론에서 나온 '젓가락 발언'과 맞닿아있다는 얘기가 많아. 그날 이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아들을 공격하면서 "여성 성기에 젓가락"이라는 표현을 직접 꺼냈잖아. 당시에도 파문이 컸는데, 민주당 쪽에선 그 앙금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말들이 나오더라고.
-결국 토론에서 휘두른 젓가락이 '체포동의안 환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셈이지. 국회 본회의장은 이 대표의 그날 폭탄 발언이 어떤 후폭풍으로 되돌아오는지 확인하는 무대가 될 수도. 특검 수사가 어디까지 갈지, 그리고 이 대표의 운명은 어디로 흘러갈지 정말 궁금해.

◆"열렸는데 닫혔어요"…녹록지 않은 대북 민간 접촉
-통일부가 대북 민간 접촉을 전면 허용했다지?
-맞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직후 대북 민간 접촉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했고, 지난달 31일에는 이를 사실상 제한했던 통일부 내부 지침을 폐지했다고 밝혔어. 대북 민간 접촉은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 당시 접촉 기준을 강화한 내부 지침을 만들어 운영했거든.
-이에 따라 대북 민간 접촉이 재개되는 분위기야.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접수된 신청 건수가 49건이라고 해. 이 중 41건은 수리됐고 2건은 거부, 6건은 검토 중이래. 거부 사유는 공개되진 않았는데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에 해당하는 것 같아.

-문을 열긴 열었는데 현실은 다르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응. 대북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민간단체들 사이에서는 '상대를 누구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혼란이 있다고 해. 민간단체들은 오래전부터 소통하던 대북 라인이 있었는데, 2019년부터 북한이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소통 창구가 모두 없어졌다고 하더라고. 대북 접촉을 신고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인적 사항을 적어야 해. 하지만 그 상대가 지금 살았는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지.
-그래서 일부 단체는 과거에 접촉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보거나,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북한 재외공관원들의 이름을 쭉 적어서 제출한다고 해. 현재로서는 정보를 쌓고 있는 단계라고 하더라고. 이전에 있었던 대표적 소통 창구는 '민족화해협의회'였는데, 북한이 지난 2023년 적대적 두 국가 관계 후속 조치로 이를 포함한 대남 기구 10여개를 모조리 정리해 버렸지.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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