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1차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됐다. 30일 국회는 김윤석 국토교통부 장관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이로써 현재 남은 공석은 이진숙·강선우 전 후보자의 낙마로 빚어진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직 두 곳이다. 정부는 추후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장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의원들만의 무대가 아니었다.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도 '7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화·예술·노동·젠더·권력기관 인사 등 주요 정책 현안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이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인사 검증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과 제도적 구조 문제까지 지적한 소수정당 의원들의 질의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 "성차별·젠더폭력 질문에 답하라"…정춘생, 국민 목소리 대변
정춘생 혁신당 의원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앞서 혁신당은 국민이 접수한 질문을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대신 질의하는 '국민 면접' 플랫폼을 운영했다. 혁신당에 따르면 접수된 질문 중에는 '젠더갈등 완화 방안'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정 의원은 "우리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 젠더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보는지", "젠더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강 후보자에게 대신 전달했다.
또한 보좌진 갑질 의혹과 관련해 강 후보자에게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앞서 야당 의원들이 강 후보자에게 "제보한 보좌진들을 색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자 강 후보자는 "명심하겠다"는 짧은 답변만 내놨다.
이에 정 의원은 "(보좌진에 대한 법적조치를) 안할 것인지 그 답변만 확실히 해달라. '명심하겠다'고만 얘기했다. 확실하게 해달라"고 강하게 질타했고, 강 후보자는 "말씀 주신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 통화에서 "여당처럼 하기도, 야당처럼 공격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최대한 후보자의 자질 검증과 정책 질의 위주로 진행을 하려고 했다"면서도 "(강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인 물음이 있었다. 특히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덮고 지나가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 아래 일정 부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 "문화계 책임질 자격 있나"…김재원, 최휘영 전방위 검증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기업인 출신인 최휘영 후보자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김 의원은 들국화 밴드 음반 제작 당시 후보자가 맡았다는 '총괄기획' 역할의 실체, 차명 법인 운영 의혹, 비용 정산 및 계약서 존재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또한 가수 전인권 씨가 최 후보자를 두 차례 고소한 이유와 검찰의 불송치 결정 과정, 특정인과의 사인 간 고액 차용 및 채무 관계 등도 문제 삼았다. 이 밖에도 체육계 소외 문제와 관련해 제2차관 인선에 대한 후보자의 인식과 대응 의지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아울러 김 의원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입시 및 채용 비리 의혹도 짚었다. 실기시험 합격자 내정 의혹과 교사 채용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증언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후보자의 책임과 향후 대책을 물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무조건 발목잡기식 의혹제기는 지양했다"며 "후보자의 비전문성과 문화계 현장의 우려를 짚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 "청년의 삶 들여다보라"…'8억 증여' 최휘영에 노동문학 선물한 손솔
손솔 진보당 의원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10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자녀에게 8억 원을 증여를 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손 의원은 "대다수 고등학생들이 부모님께 현금 8억원을 증여받고 증여세로 1억5000만원을 내지 않는다"며 "검색을 해보니 '증여세 절세를 위한 꿀팁'이라고 나오더라. 불법이나 탈루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꼼수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이날 청문회장에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등 노동문학 작품 두 권을 들고 나와 최 후보자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의 자산, 지위에 따라서 청년들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불평등 문제"라며 "평범한 일하는 사람들의 삶, 특히 문화, 체육, 관광분야에 종사하는 청년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셨으면 해서 책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히 청년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문화·예술·관광 분야에서 (장관 후보자가) 일하는 청년들의 처우를 살피고 구조적으로 권리를 보장하며 개선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 "권력기관장에 현역 의원?"…천하람, 전례 없는 인선에 우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권력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국세청장은 4대 권력기관 중에서도 기업의 수익활동 등 방대한 정보를 다루는 위치"라며 "그동안 정치인 출신이 국세청장에 기용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천 의원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 부부가 보유했던 다주택을 매각해 12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얻은 점을 지적했다. 천 의원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후보자의 진정성과 공직자로서의 책임 의식을 집중적으로 따져물었다.
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사정기관의 중립성을 흔들 수 있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공직 윤리와 제도 개선 검증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에서 "정치인을 사정기관에 임명하는 선례가 없었다. 국세청 조직 전체가 굉장히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구 후보자에 대해서는 겸직 문제뿐 아니라, 퇴직한 고위 공직자가 어떤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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