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22대 국회 임기 시작 1년여 만에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가 구성됐지만 정쟁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징계안 발의 건수가 역대 최다 수준인 데다, 여야가 제명안 맞불로 대치했던 과거 사례를 고려했을 때 '제 식구 감싸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29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 각각 6명씩 참여하는, 12인 체제의 윤리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윤리 특위는 1991년 국회법에 따라 설립된 비상설 특위로, 의원 자격이나 윤리 심사 등 징계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며 국회의 정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진다. 국회 윤리자문위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으로 윤리특위의 징계 수준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역할을 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의원 제명촉구결의안은 지난 20대·21대 국회에선 각각 1건, 2건에 불과했지만 22대 국회에선 11건으로 크게 늘었다.
징계안 발의도 22대 국회 들어 약 1년간 29건으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전 가장 많은 의원징계안이 발의됐던 18대 국회는 4년간 58건이었다. 1년 평균 14.5건인 것과 비교했을 때 2배에 달한다.
문제는 실제 징계로 이어지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지난 16대부터 21대까지 제출된 247건의 징계안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단 2건에 불과하다. 18대 강용석 의원과 21대 김기현 의원뿐이다.
대부분은 윤리특위 계류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한때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으로 논란이 된 김남국 전 민주당 의원(현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당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윤리특위 표결 결과 부결돼 별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헌법 제64조 3항 국회의원 제명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300명 중 200명)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한데,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그 요건을 충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국회법 제163조에 따라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 정지 △제명 등 4가지로 구분된다.

윤리 특위가 또다시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위가 중립적인 인사보다는 각 진영을 대변하는 인사들로 구성되다 보니, 진영 논리로 인해 정치적·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2일 국회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신임 위원 3명(김주선 변호사, 이두아 전 국회의원, 홍세욱 변호사)을 위촉했는데, 이 중 홍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 당시 2022년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의 발기인이자 법률 지원 단장을 맡았다.
실제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제식구 감싸기'에 나서며 의원 징계안을 정쟁 수단으로 대표적인 활용한 사례도 있다. 국민의힘은 의원 전원 명의로 지난해 8월 14일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과 ‘명품가방 수수 사건 종결’ 처리의 연관성을 주장한 전현희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발의했고, 민주당도 5일 후 동료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발의하며 맞불을 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각 진영 지지층 압력이 더 거세진 정치 환경 속에서 윤리특위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활동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현실적으로 윤리 특위가 유명무실한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의와 명분이 아닌 정쟁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실제 통과되는 징계안이 극히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국회 윤리특위 자문위원단 구성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여전히 (윤리특위에)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각자 자기 편만 감싸고 옹호하려들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서는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한 강선우 의원의 징계요구안과 '젓가락 발언'으로 여성혐오 논란을 빚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한 제명안을 비롯해 29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이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된 논의가 윤리특위를 통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