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당이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축소와 사용자 범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골자로 하는 2차 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으로 쳐다만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물론 여대야소 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두고 불법 파업 조장법,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경영권 위협법이라고 규정하면서 여당이 잇달아 일방 처리한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당이 번번이 쟁점 법안을 단독 처리할 때마다 의석수에 밀려 부침을 겪는 국민의힘은 의회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을 두고서도 이재명 정부에 날을 세우는 중이다. 내각 핵심 인사 낙마와 관련해서도 부실 인사 검증이라며 공세를 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초라해 보이는 수준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4∼25일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4.6%), 민주당은 50.8%, 국민의힘은 29%로 집계됐다. 두 정당 간 격차는 무려 21.8%포인트나 된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이자 대선 전인 5월 1주차(민주 42.1%, 국힘 41.6%)와 비교하면 지금의 지지율은 너무 저조하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국민의힘은 국민의 지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원인은 뭘까. 최근 여러 상황에서 금세 찾을 수 있다.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의 악재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데 급급한 모습 탓. 패배 이후 재창당 수준으로 환골탈태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을 잊은 채 당 혁신에 미온적인 탓. 당권을 둘러싼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적대적 대치 탓. 극우·종교세력과 연관성 의혹 탓. 기타 등등.
온갖 잡음이 새어 나오는데도 수습은커녕 내부 분열과 반목이 지속되고 있다. 대여 투쟁도 소모적인 논쟁에 그치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인다. 국민의힘이 진짜 위기의식을 느끼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과연 국민의힘은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이후 달라졌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떤 의원 말마따나 1년만 지나면 다 찍어주는 것을 믿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정권을 내준 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도 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도무지 알기 어렵다. 분명한 건 바뀌겠다고 시늉만 해서는 달라질 게 없다는 점이다.
8·22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 지도부가 전열을 정비해 침체된 당을 수습하고 혁신을 완수할 거라고 기대하는 이가 있다. 그런데 혁신 방향에 대한 이견 노출과 사퇴 공방을 벌이는 당권주자 간 다툼을 보면 글쎄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극우화 색채만 더 짙어지는 듯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신천지 논란까지 불거졌다. 특검의 사정권에도 든 상태다. 악재의 연속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절박함이 없어 보이는 건 왜 일까. 계속 '야당 답지 않은 야당'으로 지낼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