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러닝메이트제'를 공식적으로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관행으로 자리잡은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간 협력으로 인해 야기되는 '계파 갈등'의 뿌리를 뽑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통해 8·22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간 '러닝메이트'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당헌에 명시된 '계파 불용' 원칙에 따른 결정이다. 당헌 제8조3는 특정인이 중심이 되거나 또는 특정 세력이 주축이 돼 당내 민주주의와 당원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가 한 팀을 이뤄 선거를 치르는 방식을 일컫는 '러닝메이트'는 공식적인 제도는 아니지만 관행처럼 있어 왔다. 계파색이 맞는 후보끼리 뜻을 함께해 같이 선거를 뛰는 식이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선 한동훈 당시 당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의원이 최고위원에 출마하면서 '러닝메이트제'가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당내 일각에선 이전부터 러닝메이트 방식을 두고 반발이 있었다. 계파 간 '줄 세우기' 정치의 가속화를 당이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 선관위도 이와 비슷하게 러닝메이트 선거전을 당내 계파 갈등의 원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한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거대 여당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힘을 모아 당 대표를 선출하고, 힘 있는 야당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후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계파 갈등으로만 비춰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당내 계파 갈등을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라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당이 지리멸렬에 빠진 건 사람의 문제인데 자꾸 본질을 피해 제도로 보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새로운 지도부 체제가 갖춰진 이후 더 큰 분열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계파가 서로 다른 최고위원들이 모이면서 현안마다 의견 조율이 어려울 수 있고, 당권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권주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서로에게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미 계파 갈등에는 불이 붙었다.
먼저 대표적 찬탄파인 안철수 의원은 김문수 전 대선 후보를 향해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전 후보를 겨냥해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약속을 어겼지 않았는가. 너무 늦게 탄핵에 대해 방향 전환을 했다"라며 "그 잘못에 대해 사죄의 뜻으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했다.
김 전 후보는 이같은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나경원 의원과 차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덕수 후보는 결국 출마도 안 하고, 후보 등록도 안 하고, 아무것도 없지 않았나"라며 "후보를 교체하려고 했던 지도부 의사가 좌절된 건 당원들의 직접 투표다. 무슨 단일화를 실패했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안 의원도 반탄파인 장동혁 의원으로부터 자진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탄핵 반대' 당론을 어기고 찬성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안 의원은 여러 특검에서 당론과 반대 입장을 취했고 당론을 어겨 탄핵에도 찬성했다"며 "탄핵을 반대한 40% 넘는 국민과 당원 앞에 사죄하고 자숙하는 것이 도리"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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