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미국의 관세 발효일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이 최근 협상을 타결한 일본이나 유럽연합(EU)처럼 15% 관세율을 마지노선으로 삼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임을 내세워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수준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상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상 이대로 좋은가' 긴급토론회에서 통상 전문가들과 범여권 인사들은 최근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의 정부 대응 전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15% 이상의 관세에 대해선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시대에 경제외교전략으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호 관세 협상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의미다. 그는 경쟁국과의 동등성을 확보면서도 한국만의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전략들을 구상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전면전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점차 국지전처럼 변하고 있다"며 "상호 관세율도 지난 4월엔 엄청 세게 부과할 것처럼 했지만, 점점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의 상호 관세 전략이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는 다자무역 질서의 핵심인 최혜국대우와 비차별 무역 원칙을 파괴하고 있다"며 "미국은 실행 과정에서 주변국을 도미노효과처럼 공범으로 만들면서 전혀 다른 세계로 우릴 이끌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부과할 때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를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무효화 했다. 오는 31일 미국 정부에서 구두 항변이 예정된 만큼, 미국과의 관세 협상 국면이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병규 미국 뉴욕주 변호사(법무법인 인화)는 "미 정부가 구두 변론을 할 예정인데, CIT가 판결한 내용이 굉장히 논리 정연해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며 "관세법 제301조나 제338조,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동원해 (미국 측에서) 추가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국회 동의 없이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 과정에서의 국회 의견 반영과 국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전략적 대응을 주문했다.
민주당 소속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대한민국의 통상 국가로서 지위가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국회의 동의 절차도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통상 관계자들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관후 입법조사처장도 "2008년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도 정부가 협상하더라도 국회가 심의하게 돼 있는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며 "실제로 협상이 작동하기 위해 국회가 동의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국회를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아직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대만, 캐나다와 인도 등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