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비상이다. 일부 자당 의원에 대해 거침없이 전방위 수사를 벌이는 특별검사팀에 속수무책이다. 당은 노골적인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면서 거세가 반발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 민심도 싸늘하다. 당 혁신을 둘러싼 내홍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신천지의 대선 경선 개입 의혹 등으로 악재가 겹치는 형국이다.
김건희 씨가 연루된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이 28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자택과 국회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명태균 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시절인 2022년 6월 보궐선거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부당하게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민의힘이 촉각을 세우는 건 특검이 전날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을 조사한 데 이어 전격적으로 이 대표를 겨누며 수사를 확대하는 모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의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이 도를 넘고 있다. 국민과 함께 분노하고 있다. 특검은 정도를 지키기를 바란다"라고 발끈했다.
특검은 매섭게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25일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양평군수 출신 김선교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의혹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재임 당시 국토부가 2023년 5월 노선의 종점이 애초 계획이었던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 소유 땅 29필지가 있는 강상면으로 변경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윤상현 의원과 권성동 의원을 압수수색했고, 채상병 순직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은 임종득 의원과 이철규 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때마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망신주기 수사, 정치 보복이라며 특검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의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높은 편이 아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결과(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4.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국민의힘은 29%로, 50.8%를 기록한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이 앞섰다.
당내에서조차 우려가 크다.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특검이 이전 정부를 조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에 당시 여당이었던 우리 당과 일부 의원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마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라면서 "다음 달 전당대회 흥행과 당 상황 등 여러 상황이 고비의 연속인데 타개할 복안이 마땅치 않아 마음이 많이 무겁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관련해) 또 다른 의원들이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상 과거 친윤(친윤석열)계 전부를 수사한들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라며 "이건 명백한 정치적 야당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 상병 특검팀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의원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주 의원은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앞으로 조사 대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특검을 향한 국민의힘의 공세는 더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란 종식'에 대한 여론이 클 수밖에 없어 야당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특검 수사의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를 많은 국민이 안다"라면서 "더구나 특검이 수사하는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