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22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권 경쟁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치열한 당권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후보 간 단일화 여부 △제3지대인 주진우의 캐스팅보트 역할 △안철수 의원의 공식 출마 시점이 3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30일과 31일에 후보 등록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출마 및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당권 경쟁이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도 6차 전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 대표 선거를 20여 일 앞둔 이날 오후 2시께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선관위 4차 회의를 열고 '러닝메이트를 표방한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 탄핵 '찬반'으로 갈린 후보들…단일화 가능성에 '촉각'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진표가 얼추 완성되면서 단일화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까지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드러낸 당권 주자는 총 7명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찬성파(안철수·조경태·양향자)와 탄핵 반대파(김문수·장동혁·장성민)를 기준으로 후보들이 양분될 전망이다. 당초 최대 변수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4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구도가 이와 같이 압축됐다.
탄핵 찬성파인 양향자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찬탄 대 반탄' '친윤 대 친한'을 넘어 오직 혁신의 길로 가겠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앞서 조경태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탄핵 반대파의 경우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장관이 지난 20일, 후보로서는 가장 먼저 "총통 독재, 법치 파괴, 경제 파탄을 막고 다시 민주주의 회복, 민생경제 살리기에 김문수가 앞장서겠다"며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장동혁 의원은 지난 23일 오전 국회 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의 새로운 길을 만들겠다"며 "혁신은 '탄핵의 바다'가 아니라 계엄의 원인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제라도 국민의힘 107명 의원을 단일대오로 만들어 헌정 질서 파괴하는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와 제대로 싸우게 만드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후보 난립 속에 단일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당내 최다선(6선)인 조 의원은 "혁신 후보 승리를 위해선 뜻을 같이하는 혁신 후보끼리 손을 맞잡아야 한다"며 100% 여론조사를 통한 당내 개혁 세력의 단일화를 거듭 촉구했다.
다만, 안철수 의원이 단일화 요구에 선을 그으며 독자 행보를 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논의하는 것보다는 후보 등록을 하고, 혁신 목소리를 다양하게 내는 것이 혁신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 제3지대로 떠오른 의외의 인물 '주진우'…캐스팅 보트 가능성?
기존 탄핵 반대와 탄핵 찬성으로 양분된 집단에서 벗어나 제3지대로 평가받는 초선 주진우 의원은 계엄 해제 표결엔 찬성했지만, 탄핵엔 반대하는 입장이다.
주 의원은 지난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 선임 행정관 근무 시 탄핵 경험했을 때의 경험으로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적 평가를 떠나 굉장한 혼란상이 초래되고, 그 이후에 들어선 정부가 승리감에 도취돼 마음대로 폭주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입장은 양측 모두와 거리가 있어 캐스팅 보트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사 출신이자 윤석열 정부 당시 초대 대통령실 법률 비서관을 지낸 주 의원은 당 대표 출마 전까지는 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아 법적 대응을 진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증식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저격수의 면모를 보여줬다.
다만, 주 의원의 당권 도전이 다소 이질적이고, 실제로 당권을 잡을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검이 진행 중인 가운데, 채 해병 사건 당시 윤 정부 시절 청와대 법률 비서관으로 활동한 주 의원의 이력이 문제제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원 경력이 1년여에 불과한 초선 의원인 것도 이와 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에 "주 의원은 여당으로부터 채 해병 사건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양심선언을 하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 선거 출마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며 "어떤 역할을 부여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외의 인사임은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 아직 출정식 안 한 安…金 독주 구도 흔들까
안철수 의원은 현재까지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오는 29일 오후 5시께 서울 모처에서 출마 선언을 한 뒤 게릴라 버스킹으로 시민들과 직접 만날 계획이었지만, 돌연 취소됐다. 안 의원 측은 이날 통화에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내일 예정됐던 출마 선언은 취소하고, 추후 출정식 형식으로 일정을 조율해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5일 만에 혁신 방향에 대해 지도부와 마찰을 겪으며 혁신위원장 사퇴했다. 이와 함께 차기 전당 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단일화 번복으로 당내 극심한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헌납한 김문수 후보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며 김문수 후보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탄반파'인 장동혁 의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 의원을 겨냥해 '탄핵 반대 당론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면서 정치권 내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향후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김문수 대 반(反)김문수’ 구도로 압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이 위기였던 시기에 대선 후보였던 만큼 김 후보의 승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안 의원의 출정식 등판이 '1강' 체제에 균열을 낼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 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김문수냐 아니냐의 싸움"이라면서 "이번에 안 의원이 '계엄 반대, 탄핵 찬성'파로서 김 후보의 독주 구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