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김문수-한덕수' 후보 교체 파동과 관련해 당시 각각 비상대책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권영세·이양수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를 당 윤리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반쪽짜리' 당무감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체 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일부에게만 물었다는 점에서 형평성이 어긋나 오히려 당내 갈등과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유일준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한 당무 감사 최종 결과 브리핑에서 대선 후보 교체 파동의 책임이 권 의원과 이 의원에게 있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각각 당원권 정지 3년 징계를 당 윤리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3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경선 과정을 거쳐 선출된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덕수 후보로의 교체를 시도했다.
특히 비대위는 지난 5월 10일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 동안만 후보 등록을 받겠다는 공고를 접수 1시간 전 홈페이지에만 게시했다. 사실상 한 후보의 서류만 접수받는 방식으로 후보 교체를 강행한 셈이다. 이후 대선 후보를 한 후보로 변경하는 안건에 대한 전 당원 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많아 부결되면서, 후보 교체가 최종 무산됐다.

당무감사위는 후보 교체 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인정했다. 유 위원장은 "당헌·당규에 근거하지 않은 불법적 행위로 당에 대한 신뢰도를 지극히 저하시키고, 대선 패배 및 당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헌 제74조 2항에서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선관위가 심의하고 비대위가 의결해 대선 후보 교체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 당헌·당규상 단일화를 강행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없다"면서 "이를 진행하고 싶다면 선출 후보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징계 대상자로 지목당한 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권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용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반드시 바로잡힐 것으로 확신하고, 이런 파당적인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이야말로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 의원도 이날 <더팩트>에 "당무감사위원장이 외부인이라 당 사무를 잘 몰라서 생긴 일"이라며 "의원들이 동의해서 진행한 거고, 비대위 의결을 한 거라 윤리위에서 바로잡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후보 교체 과정에 대한 책임 추궁이 극히 일부에 그쳐 부실한 당무감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후보 교체는 비대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이뤄졌고, 다수의 비대위원 동의로 가능했음에도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고 조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 위원장은 '다른 비대위원에 대한 징계는 경고조차 없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게(징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겠냐"며 "제 권한으로는 그 두 분만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이번 당무감사 결과는) 반쪽짜리에 굉장히 어정쩡하다. 양쪽에서 다 비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원권 정지 3년이면 사실상 다음 총선을 나가지 못하는데, '왜 나만 건드리느냐'는 식으로 불만을 갖게 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는 국민의힘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내려진 징계 수위가 벌어진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서는 낮다는 지적도 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제대로 된 당무감사라면 권 전 위원장과 이 전 사무총장에 제명이나 탈당 권유 수준의 징계가 이뤄져야 하고, 비대위원에 대해서도 1년에서 2년 정도의 당원권 정지와 같은 강도 높은 중징계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실행에 옮긴 사무처 당직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당무감사에서 의결된 징계 대상과 수위 결정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당 윤리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징계 대상자로 지목된 권 전 위원장과 이 전 사무총장이 일제히 반발하고 윤리위에서의 소명 의지를 피력한 만큼, 징계 수위나 그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