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 판도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강 후보자를 지지한 정청래 후보와 사퇴를 먼저 촉구한 박찬대 후보 사이에 대응 방식의 차이가 부각되면서, 두 후보의 정치적 판단력을 비교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후보자는 23일 SNS에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해 보고 싶었다"며 "그러나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고 적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이다.
그는 "그동안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당을 향해서도 "큰 부담을 지어드렸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진심 한켠 내어 응원해 주시고 아껴주시는 모든 분의 마음 마음, 귀하게 간직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자의 사퇴 발표 직후 민주당 당대표 주자들의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정청래 후보는 SNS에 글을 올리고 "안타깝다"면서도 "결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잘 헤쳐 나가길 바란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정 후보는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 발달장애 딸을 키우는 엄마의 심정과 사연을 여러 차례 들었었다"며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박찬대 후보는 사퇴에 앞서 선제적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동료 의원이자 내란의 밤 사선을 함께 넘었던 동지로서 아프지만,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에 나선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 중 강 후보자의 사퇴를 공개 요구한 것은 박 후보가 처음이었다. 자진사퇴 발표 후에도 박 후보는 "강선우 의원님,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SNS에 짧은 글을 남겼다.
두 후보 모두 친명 정체성을 바탕으로 개혁 의지를 강조해 왔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접근 방식의 차이를 보였다. 정 후보는 일관된 지지 입장을 유지했으나, 여론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은 아쉬웠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박 후보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사전에 방향성을 제시해 결과적으로 상황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두 사람이 친명을 표방하면서 사실상 차별화 지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앞선 경선에선) 인지도 투표로 많이 이어졌다"며 "지도자로서의 리더십과 자질을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이번에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후보가) 국민과 당, 당원을 위해서 결단하고, 그 결단을 용산, 강 후보자와 부드럽게 조율해 매끄럽게 결론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상당히 훌륭한 리더십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입장에선 충청·영남 경선 패배 이후 좀처럼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리더십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당 안팎에서 부담스러운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지만, 강 후보자의 사퇴와 맞물리며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후보의 강 후보자 사퇴 필요성 언급이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 후 이뤄졌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강 후보자가 이날 오후 2시30분 대통령실에 사퇴 의사를 밝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최수영 평론가도 "박 후보는 터닝 포인트가 없으면 안 된다. 투표가 뒤로 밀린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하는 게 필요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대의를 강조했고, 여기에 강 후보자가 화답함으로써 당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하겠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사안으로 민주당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강 후보자 지명 이후 제기된 각종 의혹과 논란이 상당한 기간 이어졌지만, 민주당은 적극적인 대응이나 정무적 수습에 나서지 못했다. 오히려 당 지도부와 인사청문특위 소속 인사들이 의혹 제기 초반에 강 후보자를 엄호하는 데 주력하면서 여론과의 괴리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논란이 임계점을 넘어선 뒤에야 부랴부랴 정리 국면에 들어간 셈이어서 이재명 정부 초기 인사 검증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후보자는 마음 아팠을 국민들께, 그리고 기회를 주신 이재명 대통령께, 그리고 함께 고락을 해온 민주당의 많은 당원 동지 여러분들께 부담을 드렸다는 말씀을 남겼다"며 "민주당은 강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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