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이재명 정부가 보좌진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에 국회 안팎에서 쓴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비롯해 대선 당시 선거 연대를 맺었던 소수정당들까지 일제히 반발하며 사실상 '야권 단일대오'를 형성한 모양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를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후 보좌진들까지 합세하며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보좌진협의회(국보협)는 22일 성명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을 2차 가해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하며 용기를 낸 전직 보좌진들의 호소와 국민적 반대를 끝내 외면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강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번 사안이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직장 내 갑질' 구조를 정면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갑질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임명 문제는) 어쩌면 굉장히 많은 수 백만 명의 대한민국 을(乙)들과 싸우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진보개혁 4당으로 묶이는 정당들도 하나 같이 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백선희 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 이후 의견을 밝힌 바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물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혁신당의 기본 방침이며, (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진보당은 정부의 강 후보자 임명을 "매우 위험하다"고 규정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하려 했다면 여당 지도부의 말을 가장 멀리했어야 했다. '현역불패'라는 고질적 병폐를 넘을 수 있어야 개혁"이라며 "광장에서 함께했던 시민들의 뜻을 존중한다면, 지금 즉시 강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당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사실상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본소득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강 후보자 임명에)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자의 인성이 필요하다는 것에 좀 공감을 하고 있다"며 "생활동반자법과 같은 성평등 정책들을 이끌어가야 할 때 후보자의 정책 역량이나 이런 것들이 좀 검증이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SNS에 "청년들과 노동자, 시민들에게 상실감과 실망을 준 갑질 논란에 이어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이 '예산 삭감' 행위까지 밝혔다"며 "강 후보자도 새 정부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계실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강 후보자가 결단해주시길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사퇴를 권유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과 진보성향 정당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평소 국민의힘과 각을 세워오던 정당들조차 강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입장을 함께하면서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공세를 넘어 '갑질'이라는 사안이 국민 정서를 크게 자극하는 문제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강 후보자를 감싸는 듯한 발언도 나오고 있어 갈등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좌진과 의원은 너무 가까운 사이다 보니 거리낌 없이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서 있어서 갑질은 성격이 좀 다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인사가 자칫 이재명 정부의 개혁 동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가족처럼 지낸다고 해서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가족이라도 예의는 필요하다"며 "강 후보자는 국민 여론과 확실히 동떨어져 있고, 이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뒤따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강 후보자 지명은) 공정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진숙 후보의 지명은 철회하면서 강 후보자의 지명은 유지하는 식의 선택적 대응은 안 된다. 여론을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