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행사에 참여했지만 내용은 모른다?…"모를 수가 있나" 구성원도 의문
-이번 주 내내 국민의힘을 흔들어놓은 인물은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 같아.
-맞아. 그 시작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주최한 '리셋코리아 국민운동본부' 발대식 및 긴급토론회에 전 씨가 참석하면서야. 탄핵 국면에서 가장 앞장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둔하던 그가 토론회에서도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급기야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거든.
-국민의힘은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어오지 않았어?
-맞아.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때조차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었어. 그런데 이번에 더 논란이 된 건 지도부가 해당 행사에 참여하면서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김정재 정책위의장, 정점식 사무총장, 박성훈 원내대변인 등 지도부가 대거 자리했어. 김기현·조배숙·김민전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도 말이야.
-당 지도부는 어떤 의미로 자리한 거래?
-행사의 성격을 모르고 갔을뿐더러 지도부의 책무일 뿐이라는 입장이야. 당 소속 현역 의원이 주최하는 행사에 가능하다면 최대한 참석해 격려하고, 노력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거야. 송 위원장은 이번 일로 윤 의원에게 "오늘같이 예상치 못한 행사를 계속한다면 윤 의원이 주관하는 행사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해.
-지도부는 정말 어떤 행사인지 모르고 갔다는 거야?
-응. 현장에 가서 보니 생각했던 행사 분위기와 달라서 당황스러웠고, 나중에야 전 씨의 참석과 행사 내용을 알게 됐다는 거야. 송 위원장은 미리 준비해 간 축사도 읽지 않았대. <더팩트>와 만난 한 의원은 "그 많은 토론회 내용을 다 파악하고 갈 수 없다",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의견에 동의한다고 해석하는 건 확대해석"이라고 보더라고. 안철수 의원은 16일 SNS에 글을 올려 "윤 전 대통령이 사라지니 이젠 유튜브 강사를 내세워 '친길계'(친전한길)를 만들려 하느냐"라며 발끈했어.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전 씨가 오는 건 몰랐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용을 모르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더라. 지도부가 발언 하나, 행동 하나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여. 그들의 언행에는 여러 의미와 해석이 따르기 때문이야.
◆정동영은 '험악' 조현은 '웃음꽃'…상반된 청문회 분위기
-지난 14일 열린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분위기가 험악했다며?
-맞아.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였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정 후보자가 북한 대변인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발언했고, 정 후보자가 "저에 대한 북한 대변인 발언을 취소해 주거나 사과해 달라"고 하면서 청문회장이 얼어붙은 거야. 정 후보자는 "북한을 대변하는 것 같다는 것은 그냥 주장이지만 '북한 대변인'이라는 것은 인격에 대한 규정"이라며 "김 의원이 저를 북한 대변인이라고 규정한 것은 인격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어. 이에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은 "후보자 말이 너무 지나치다. 엄중히 경고한다"며 "후보자가 어떻게 국회의원 생각에 '잘못했어, 사과해'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어.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사뭇 달랐다는데?
-17일 열린 조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도 국민의힘의 공격이 없지는 않았어. 다만 분위기는 정 후보자 때보다 부드러웠어. 모두가 박장대소하는 순간도 있었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오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대로 한시라도 빨리 외교부 장관이 바로 활동하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며 "그렇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는데, 조 후보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예"라고 답하더라. 여야 의원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지.
-윤후덕 민주당 의원의 질의 차례에도 청문회장은 웃음바다가 됐어. 윤 의원이 "대학생 때 시위자 채증하러 학교에 온 사복경찰을 쓰러뜨리고 카메라를 부순 적이 있지 않느냐"며 "역사의식을 갖고 그랬냐"고 물었는데, 조 후보자가 멋쩍은 듯이 "아니다. 우발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답해서 청문회장이 완전히 뒤집어진 거지. 그래서일까.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고, 조 후보자의 보고서는 채택됐어. 청문회 분위기 때문에 결과가 달라진 것인지 문득 궁금해지는걸.
◆'침묵' 김재섭·'신내림' 유영하…권오을 인사청문회 풍경
-이재명 정부 첫 내각 인사 가운데 지난 15일 열렸던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관심사였잖아. 당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침묵했다고?
-응. 무슨 일인가 했더니, 김 의원이 성대 수술을 했다더라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 대신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김 의원의 질의를 대독했어. 그런데 단순한 대독 수준이 아니었어. 권 후보자의 과거 의혹들을 하나하나 파고들더라. 유 의원은 과거 권 후보자가 국회사무총장 재직 당시 국정감사 기간에 휴가를 내고 안동으로 내려가 시의원 및 언론인들과 골프를 쳤던 일, 2011년 국회 사무총장 추천인 훈장을 받았던 사실을 지적했지.
-그뿐 아니야. 유 의원은 본인이 질의할 때도 청문회 분위기를 그냥 확 뒤집어버렸어. 권 후보자를 향해 "신내림을 받은 적 있나" "신내림을 받아야 영적대화가 가능하다" "주술적 이야기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가"라고 몰아붙였지.
-왜 그런 거야?
-권 후보자가 지난 5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경북 구미 유세 현장에서 했던 말 기억해? "'대통령 각하, 육영수 여사님, 이번에는 누구입니까' 물었더니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번은 이재명이다'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했었거든. 유 의원 질의에 권 후보자는 "신내림을 받은 적 없다. 간절한 마음에 제 생각을 그렇게 이야기했다"라고 짧게 답했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